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440

영화 :: '어느 가족(万引き家族, Shoplifters)' 후기 우리는 행복했는데, 사회는 행복했을 리 없다고 한다. 네이버 영화 한줄평 hasi**** ​ 가끔은 행복이란 게 순서의 문제인가 싶기도 하다. 가족이란 단어를 우선시할 것인가, 그 의미를 우선시할 것인가. 어쩌면 태어나자마자 정해지는 가족이란 건 천륜이라고 하지만, 누군가에겐 벗어나고 싶은 덫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언제나 함께했지만 온전한 모습으로 함께하지 못했다. 사회통념으로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었던, 외면당 한자들의 공동체. 사회는 그들이 가족이라는 것을 부정한다. 작고 작은 구멍으로 숨다 보니 다다른 곳.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그들. 아니, 사실 막다른 길에서 마주한 것일지도. ​ “당신 오늘 출근이 늦네.” “‘워크 셰어’를 한대.” “그게 뭔데?” “월급 주기 힘들다고 열 명은.. 2020. 8. 17.
영화 :: '아무도 모른다(誰も知らない , Nobody Knows)' 후기 ​ ​아무도 몰랐다. 아니, 모른 체하고 싶었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적 통념에 휩싸여 무언의 압박에 책임감을 내놓아야 할 것을 무의식 중에 느꼈기 때문이겠지. 사회의 철저한 무관심 속에서 아이들은 자라났다. 엄마가 돌아올 것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은 부재의 장기화로 인해 무기력과 분노로 변해버렸다. 어느 곳을 향한 분노일까. 엄마를 향한 분노일까, 그들을 외면한 사회를 향한 분노일까. 어디서든지 분노는 생겨 날 수 있으며, 결국 그 분노는 그들의 어머니를 향해 수렴했다. 아이들로선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것이 최선이었을 것이다. 사회로부터 그렇게 배워왔을 테니. '스가모 아동 방치 사건’이 일본 언론에 공개되었을 때 가장 먼저 질타받았던 대상은 그들의 어머니였다. 물론 아이들을 보호해야 하는 어른으로.. 2020. 8. 14.
2020. 07. 월간 글노트 일상적이지 않은 일상 속에서, 나는 그런대로 잘 지내고 있는 중이다.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감사함을 느낄 줄 알게 되었고, 단조로운 리듬에서 즐거움을 찾아내는 방법 또한 깨닫게 되었다. 작년과 다르게 무작정 어딘가로 맘 놓고 떠나지 못하게 된 것이 답답하긴 하지만, 분명히 안에서 내가 놓친 것들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시간이 주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곤 한다. ​ 요 근래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은 나 자신. 그렇다면 좀 더 괜찮은 나와 함께 지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답변을 하나둘씩 찾아가 보려고 하는 중. 타인과 함께 공유하기 위해 나눠 사용했던 나의 시간을, 이제는 대부분 나와 함께 사용해야 하니 우리, 잘 지내야 해. ​ 상황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나에겐 수동적인.. 2020. 8. 13.
읽기 좋은 책 ::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 '밝은 방' 후기 ​ ​​​ 최근 사진에 대한 여러 견해를 접하게 되면서, 사진은 그저 실제에 있는 것을 찍어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고 있다. 사실 나도 어쩌면 무의식 중에 알고 있었을 수도 있다. 잘 만들어낸다고 생각하는 사진은 유감스럽게도 나로 하여금 항상 어떤 표정을 지니고 있도록 강제한다 사진은 사진 찍는 자의 감정을 담아낸다. 다시 말하자면, 피사체에 대해 촬영자가 느끼는 감정을 담아낸다는 말이다. 카메라가 느끼는 대로 구도를 조정해 감정을 살려낸다. 살면서 단 한 번도 나 스스로 나의 얼굴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은, 평생에 걸친 인간의 비극을 말해주고 있지 않나 싶다. 온전한 나의 모습을 나 스스로가 담아내지 못한다는 것은,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민낯을 마주해야만 하는 운명을 회피할 수 있게끔 해준 신의 .. 2020. 8. 12.
영화 :: '오아시스(Oasis)' 후기 ​ ​ ​ 편견을 거부하는 자들이 모여 만들어낸 편견의 세상. 평등이라는 이름의 편견은 평등을 지향하는 자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치는가. 편견으로, 혹은 평등의 모습으로. 그들조차 다수의 경우라는 이유로 전부를 포장해버리는, 자신의 무지함을 외면하는 사람들. 지구에서 달을 보듯, 지구에서만 달을 보듯 보이는 것이 전부인 줄 알고 있으며, 보여주는 대로 믿는 어리석은 자들의 공동체. 그렇다면 사랑은 아름다운 것일까, 세상이 포장해둔 것처럼. 포장지를 전부로 믿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다. 자신들이 믿고 있는 외면을 부정하고 싶지 않아 진실 전부를 부정하는 그들. 근데 말이야, 사랑은 보기 좋은 자들의 전유물이 아닌걸. 뭐, 어떤 걸 믿을지는 당신의 선택이겠지만 말이다. 그림자가 싫다던 너.. 2020. 8. 11.
읽기 좋은 책 :: 헤르만 헤세 (Hermann Hesse) '데미안(Demian)' 후기 ​ ​ ​ 한 번으로 마무리짓기에는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책.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책 ‘데미안’의 상징적인 문구. 방황하는 것 같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세계를 깨트리며 성장했던 싱클레어. 데미안은 그의 가능성을 본 것일까. 표식은 아마도 그런 의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피난처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우연히’ 왔다. 하지만 우연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뭔가를 간절히 원해서 발견한 것이라면, 그건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그의 필사적인 소원이 필연적으로 그곳으로 이끈 것이다. 우연은 필연의 연속이다. 운명론을 믿는 것은 아니지만 매 순간의 사건은 분명 이전의 나에게,.. 2020. 8. 10.
영화 ::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The Cabinet Of Dr. Caligari , Das Cabinet Des Dr. Caligari)' 후기 과제가 아니었으면 평생 마주해 볼 수 없었던 영화. 무려 1919년에 만들어진 영화라니. 우리가 생각하는 ‘과거’보다 더 과거에서 볼 수 있을법한 영화다. 음성을 대신한 음악으로 채워둔 오디오가 인상적이었으며, 조금은 과장된 표정과 행동이 섬세하지 않은 화질을 대체하는듯했다. 클래식 같은 것이 아닌 진짜 클래식. 요 근래 본 영화들과 다르게 선과 악의 구별이 뚜렷한 등장인물들이 모여 만들어진 이야기. 표정과 분장으로 표현한 공포. 클로즈업으로 나타낸 칼리가리 박사의 표정은 불완전한 화면에 담아냈기에 공포를 극대화할 수 있었던 듯했다. 사실 영화라기보단 연극에 가까웠던 영화. 아마도 무대와 같은 세트장이 배경으로 등장해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 시기에는 연극과 영화의 경계가 모호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 2020. 8. 7.
영화 :: '박쥐(Thirst)' 후기 이 세상에 살고 있지만, 온전하게 살아낼 수는 없는 운명. 선택하진 않았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운명은 그를 숨게만들었다. 결국 지금까지 온전히 쌓아 왔던 것들이 모두 부질없어졌기에, 여태 쥐고 있었던 자신의 가치들을 놓아버린다. ​ 자신을 무너뜨리는 것에 희열을 느끼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타인으로부터, 태주로부터 또다시 발견하게 된다. 이제는 원하는 것을 얻고, 죽음과도 멀어졌지만, 인간의 욕심은 끊임없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 쉽게 실증 내버리는 인간의 모습을, 박쥐의 모습으로 그려낸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그렇기에 사람의 기억은 꽤 잔인한 것이다. 지옥이었던 시간이 이제는 그립다니. ​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세상에 아름다운 것이 존재하긴 하는가. 신부라는 직책으로 영생을 갈구하.. 2020. 8. 6.
영화 :: '친절한 금자씨(Sympathy For Lady Vengeance)' 후기 ​ 너나 잘하세요. 라디오 사연으로부터 시작해 라디오 나레이션으로 끝났다. 금자씨또한 마지막까지 한결같았다. 그렇다면 금자씨는 친절했나. 적어도 솔직하긴했다. 한결같이. 그러고보니, 무엇이 금자씨를 ‘친절하게’ 만들었는가. 그리고 또, 무엇이 금자씨를 복수하도록 했나. 복수는 복수를 낳고, 그 복수는 또다른 복수를 낳았다. 피해자이면서 또다른 가해자가 되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냈다. 가끔씩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복수는 언제나 악하기만 한걸까.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랬던가. 당한만큼은 아니더라도, 혹은 당한만큼 되돌려주지 못하더라도, 되돌려주려는 시도는 넘쳐나는 세상이다. 그렇기에 세상은 그렇게 아름답지 않고, 그 아름답지않은 세상을 아름답지 않은 방법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그려내고 있다. 확실한 것은.. 2020. 8. 5.
영화 :: '복수는 나의 것(Sympathy For Mr. Vengeance)' 후기 ​ ​ ​ ​ 우연의 연속성으로 이어진 이야기.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다. 모두가 자신이 피해자라며 자신의 이야기를 내뱉어댄다. 사연 없는 사람은 없다지만, 실제로 사람을 죽일만한 사연을 지닌 사람은 흔하지 않다고 생각을 하긴 하는데, 그렇다면 복수는 누구의 것인가 고민해보게 되는 순간이다. 피해자의 것인가, 아니면 가해자의 것인가. 복수는 누가 가져갈 것인가. ​ 가해자가 없다면, 그 누구도 자신이 가해자임을 부정한다면, 이것은 무엇으로부터 시작된 술래잡기였나. 그렇다, 돈이었다. 모든 게 돈으로 시작됐다. 돈이 필요해서 어쩔 수 없이 만들어낸 결과라지만, 가끔씩은 ‘사람의 가치를 돈으로도 매길 수 있게 해주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 ​ 내가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 건가. 왜 하필.. 2020. 8. 4.
무지와 가능성, 그 어디즈음에서 무지(無知)하다는 것은 주로 부정적인 어감을 지닌 채 세상에 남겨진다. 사람들은 무지하기를 꺼려하며, 자신이 무지하다고 느껴지는 순간 부끄러움에 그것을 숨기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곤 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무지하다는 것은 무비판적인 수용과 동의어로 사용될 수 있다.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무지한 태도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주로 무지하다는 표현을 뭉뚱그려 붙이곤하지만, 사실 무지하다는 것은 세세하게 나누어 적용할 수 있는 표현이기도 하다. 어느 부분에서는 무지하고, 또 어느 부분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처럼. 당연시 받아들이는 부분에 대하여, 우리는 무지한 것이다. 지배계층은 피지배층을 무지하다고 지칭하며 한심하게 여기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이 영원히 무지 속에 잠겨있길 바란다. 그.. 2020. 8. 3.
읽기 좋은 책 :: 수전 손택 (Susan Sontag) '타인의 고통( Regarding the Pain of Others)' 후기 ​ ​ 사진 이미지도 누군가가 골라낸 이미지일 뿐이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구도를 잡는다는 것이며, 구도를 잡는다는 것은 뭔가를 배제한다는 것이다. 모든 것들은 사람의 손을 거치는 순간 객관적 요소를 상실하게 된다. 사람으로 인해 재생산되는 과정에서, 누군가의 생각이 첨가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며, 어떠한 의심 없이 객관적이라고 여기곤 한다. 실제로 일어난 일을 순간적으로 잡아낸 것이 흔히 알고 있는 사진의 의미지만, 프레임을 원하는 방향으로 조준할 수 있다는 것이 사진의 다른 의미이기도 하다. 즉, 사진을 만들어내는 주체가 어떤 것을 보여주고 싶은가에 따라, 사진은 같은 것도 다르게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다. 2001년 9월 11일 세계무역센터가 공격당했을.. 2020. 8.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