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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좋은 책 ::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이방인(L’Etranger)' 후기 ​ ​ 사람은, 같은 종족이란 이유만으로 함께 섞일 수 있을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는 화합인가, 혼합인가. 나다움, 그리고 너다움. 그리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어느 정도는 내려놓아야 하는, 외부 요소들과의 화합. 혹은 화합을 위해 내려놓아야 하는 나 자신. 무엇이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선택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언제나 마음 한편에 남아있겠지. 그렇다면 나는 너를, 너는 나를 얼마나 알고 있는 걸까. 평생에 걸쳐 나 자신으로 살아온 나조차도 나를 잘 모르겠는데 말이야. 사람이란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늘 부풀려서 생각하기 마련이다. 실상은 모든 것이 매우 간단하다는 사실을 나는 시인해야 했다. 사람은 자신이 보고 경험한 것까지만 볼 수 있다고 한다. 각자의 세계는 .. 2020. 9. 14.
읽기 좋은 책 :: 조지 오웰(George Orwell) '1984' 후기 ​ 사람들이 무의식중에 사용하는 언어는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 걸까. 언어로서 우리의 사고를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 자네는 신어를 만든 목적이 사고의 폭을 좁히는 데 있다는 걸 모르나? 결국 우리는 사상 죄를 범하는 일이 문자 그대로 아예 불가능하게 만들 거라고. 사상을 표현할 단어가 없을 테니 말일세. 앞으로 필요한 모든 개념은 정확하게 한 단어로 표현될 거야. 뜻이 엄격하게 제한되고 다른 부수적인 뜻은 제거되어 잊히게 될 거네. 해마다 단어가 점점 줄어들면 의식의 범주도 조금씩 작아질 테니까. 물론 지금도 사상 죄를 저지르는 데에는 어떤 이유도 변명도 있을 수 없어. 단순히 자기 수양과 현실 제어의 문제라고. 하지만 결국에는 그럴 필요조차 없을 거야. 언어가 완벽해.. 2020. 9. 8.
읽기 좋은 책 :: 요한 볼프강 폰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Die Leiden des jungen Werthers)' 후기 ​ ​ ​ ​ 사실 온갖 극찬으로 도배가 된 이 책을 읽기 전엔 책에 대한 기대가 꽤 컸다. 오래도록 사랑받고 있는 소설이기도 하고, 사랑을 순수하고 아름답게 표현했다는 평을 많이 들었기에 더더욱 그랬다. 게다가 문학의 거장 괴테가 쓴 소설이라니. 하지만 이야기를 읽으면 읽을수록 무언가 내가 기대한 것과 너무나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내가 주인공에게 꽤 실망을 했다는 점. 그는 매우 옹졸했고 이기적이었다. 또한 귀족의 지위를 거추장스러운 장신구 따위로 여기며 신경 쓰지 않는 듯 말하지만 결국 그는 귀족이라는 지위의 수혜자 중 하나였다. 어쩔수없는 부분이었겠지만, 그는 스스로 인지 할 수 없을 정도로 귀족이라는 지위에 무뎌져 있었고, 자신도 모르게 지위가 주는.. 2020. 9. 2.
읽기 좋은 책 ::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페스트(La Peste)' 후기 ​​그들은 재앙의 존재를 믿지 않았다. 재앙은 인간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재앙이란 비현실적인 것이고 곧 지나가 버리게 될 악몽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재앙이 늘 지나가 버리는 것은 아니다. 악몽에서 악몽으로 계속 진행되며, 사라져버리는 것은 오히려 인간들인 경우도 있다. 특히 휴머니스트들이 가장 먼저 사라져버린다. 왜냐하면 그들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 도시의 시민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잘못을 더 많이 저지른 것은 아니다. 다만 그들은 겸손하게 살지 못했을 뿐이다. 그들은 아직 모던 것이 가능하다고 믿었으므로, 재앙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예상했다. 그들은 사업을 계속했고, 여행을 떠날 준비를 했으며, 각자가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나 여.. 2020. 8. 31.
읽기 좋은 책 :: 정희진 '페미니즘의 도전' 후기 ​ ​ ​ ​ ​ ​ 페미니즘의 교과서. 그 이름에 걸맞게 인상적이었다. 15년 전에 출판된 책이라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더욱이. 몇 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는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는 가정이었다. 다른 말로 하자면 가정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범죄는 국가가 제지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라는 것. 요즘은 1인 가구가 늘어가는 추세이기에 개인을 가장 작은 단위로 보는 견해가 조금씩 커지곤 있지만, 또 그 사람들이 가정을 이룬다면 최소 단위는 개인에서 가정으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그렇다는 것은 가정에서 질서를 세워 줄, 심판자 역할의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것. 대부분 이 역할은 아버지, 남편이 맡게 되며 그들은 가정 내에서 아무리 범죄를 저질러도 면죄부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남자의 권위의식은 우리.. 2020. 8. 25.
읽기 좋은 책 :: 피터 싱어(Peter Singer) '동물 해방(Animal Liberation)' 후기 인종차별과 종차 별의 차이는 의외로 크게 다른 맥락에 있지 않다. 아마도 같은 종끼리의 차별인 것인가, 다른 종끼리의 차별인 것인가 정도의 차이일 것이다. 인간은 모든 것을 자신의 시선으로만 보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세상을 바라볼 때엔 주로 피라미드의 상위계층에 있다는 가정하에 인간이라는 종의 시선을 적용하는듯하다. 물론 우리는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인간 아닌 다른 종들의 온전한 입장이 될 수 없는 것이겠지만, 그들을 대변하려고 노력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노력’이라는 말이 가증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기분 탓일까. 인간의 선택적 노력은, 인간이 자비를 베풀기 원하는 일부의 종에 국한되어있다. 또한 이러한 종차 별은 이전부터 현재까지 만연하게 퍼져있는 인종차별, 성차별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면 된다.. 2020. 8. 20.
읽기 좋은 책 ::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 '밝은 방' 후기 ​ ​​​ 최근 사진에 대한 여러 견해를 접하게 되면서, 사진은 그저 실제에 있는 것을 찍어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고 있다. 사실 나도 어쩌면 무의식 중에 알고 있었을 수도 있다. 잘 만들어낸다고 생각하는 사진은 유감스럽게도 나로 하여금 항상 어떤 표정을 지니고 있도록 강제한다 사진은 사진 찍는 자의 감정을 담아낸다. 다시 말하자면, 피사체에 대해 촬영자가 느끼는 감정을 담아낸다는 말이다. 카메라가 느끼는 대로 구도를 조정해 감정을 살려낸다. 살면서 단 한 번도 나 스스로 나의 얼굴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은, 평생에 걸친 인간의 비극을 말해주고 있지 않나 싶다. 온전한 나의 모습을 나 스스로가 담아내지 못한다는 것은,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민낯을 마주해야만 하는 운명을 회피할 수 있게끔 해준 신의 .. 2020. 8. 12.
읽기 좋은 책 :: 헤르만 헤세 (Hermann Hesse) '데미안(Demian)' 후기 ​ ​ ​ 한 번으로 마무리짓기에는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책.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책 ‘데미안’의 상징적인 문구. 방황하는 것 같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세계를 깨트리며 성장했던 싱클레어. 데미안은 그의 가능성을 본 것일까. 표식은 아마도 그런 의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피난처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우연히’ 왔다. 하지만 우연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뭔가를 간절히 원해서 발견한 것이라면, 그건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그의 필사적인 소원이 필연적으로 그곳으로 이끈 것이다. 우연은 필연의 연속이다. 운명론을 믿는 것은 아니지만 매 순간의 사건은 분명 이전의 나에게,.. 2020. 8. 10.
읽기 좋은 책 :: 수전 손택 (Susan Sontag) '타인의 고통( Regarding the Pain of Others)' 후기 ​ ​ 사진 이미지도 누군가가 골라낸 이미지일 뿐이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구도를 잡는다는 것이며, 구도를 잡는다는 것은 뭔가를 배제한다는 것이다. 모든 것들은 사람의 손을 거치는 순간 객관적 요소를 상실하게 된다. 사람으로 인해 재생산되는 과정에서, 누군가의 생각이 첨가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며, 어떠한 의심 없이 객관적이라고 여기곤 한다. 실제로 일어난 일을 순간적으로 잡아낸 것이 흔히 알고 있는 사진의 의미지만, 프레임을 원하는 방향으로 조준할 수 있다는 것이 사진의 다른 의미이기도 하다. 즉, 사진을 만들어내는 주체가 어떤 것을 보여주고 싶은가에 따라, 사진은 같은 것도 다르게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다. 2001년 9월 11일 세계무역센터가 공격당했을.. 2020. 8. 2.
읽기 좋은 책 :: 프란츠카프카(Franz Kafka) '변신(Die Verwandlung)' 후기 ​​ ​ ​ 이상에 대한 붕괴. 아름답지 않은 인간의 모습을 그려내고 싶었던 느낌의 소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변해버렸다. 한 치 앞의 순간조차 알 수 없다는 게 인생이라지만 그동안의 노력들이 무색 해질 정도로, 그에게는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인생을 열심히 살아온 것에 대한 결과가 고작 벌레라니. 너무하다고 여겨지지만, 과연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 중에 훗날 벌레가 된 사람이 그레고르뿐인 걸까. 누구나 하루아침에 벌레로 변할 수 있다. 벌레로서 거절당할 수 있다. 거절에 익숙해져야만 하는 처지가 될 수도 있다. ​ ​ 그들에게 가족이란 어떤 존재인 것일까. ​ 필요에 의한 가족, 조건부 가족. 가족이라는 칭호를 얻기 위해, 그리고 유지하기 위해 그는 얼마나 고군분투했는가... 2020. 7. 24.
읽기 좋은 책 :: '소녀들의 심리학' 후기 ​ ​ ​​ 과제로 접하게 된 책 '소녀들의 심리학' ​ ​ 공격은 우리 사회의 가치를 나타내는 강력한 지표다. 공격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냐는 사회를 구성함에 있어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된다. 누구에게 공격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할 것인가. 어느 부류가 그 권리를 수여받을것인가는 여러 세기가 지나도 변함이 없었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공격은 남성성의 표시다. 공격이 남성성의 상징이라는 것은, 반대로 여성성을 띄어야할 부류들에게는 금기시된다는 뜻이된다. 공격을 할 수 있는 권위를 남성이 지니게 되었다. 사회로부터 분노를 표출할 수 있는 암묵적인 허용을 받은 셈이다. 그러면 여성성을 띄어야한다고 분류되는 무리들은 그들의 분노를 어떻게 표출할것인가. 여기서부터 이 책의 저자가 설명을 해주고 있다.. 2020. 5. 19.
읽기 좋은 책 :: '오래된 미래' 후기 ​ ​ ​ ​ ​ ​ 고립이 아닌 자립. 자신의 전통을 지키는 자들의 자부심. 문명화는 사람들을 줄 세워 불안 속으로 밀어 넣는다. 겉보기에는 그들의 삶을 더 풍요롭고 여유 있게 만들어주는 듯하지만 그 안으로 들어가 본다면 아무것도 남지 않은 듯한, 두려움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문명은 나이 먹는 것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기보단 두려운 것, 부정적인 것으로 여기게끔, 감정을 심어놓는다. 분명 나이에서 파생되는, 시간 이주는 깊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이 듦을 병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것을 보면 ‘트렌드’, ‘안티에이징’ 등에 집착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트렌드‘는 주 소비층의 소비 흐름을 말하며, 소비는 경제활동 가능 인구가 주로 하게 된다.. 2020. 5.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