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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여운152

영화 :: '매그놀리아(Magnolia)' 후기 ​ ​ 후회의 연속이다. 후회를 하기 위해 태어나기라도 한 듯, 혹은 후회하는 것이 인간의 의무인 듯 우리는 끊임없이 후회하고 또 후회한다. 그렇게 후회를 했다는 사실에 부끄러워 어딘가로 숨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몸부림치다가도 어느샌가 또다시 그럭저럭 망각하며 살아지는 게 인생이다. ​ 그렇다고 해서 과거와 분리되어 살아갈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는 과거로부터 났고, 그 과거를 기반으로 현재를 써 내려가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의 현재 또한 순간마다 과거로 바뀌어가고 있으며, 그 속도를 따라가기란 쉽지 않다. 결국 우리는 과거의 주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과거에 종속된 존재라는 것이다. ​ 빛나는 순간이 있다는 게 좋을 거라는 말에, 사실 나는 그럴 것이라고 쉽게 동의를 할 수 없었다. 빛나는 순간이 있었.. 2021. 7. 14.
영화 :: '동경 이야기(東京物語, Tokyo Story)' 후기 ​ 당연한 것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이 있다. 오랜 기간 스며들어 마치 배경처럼, 앞으로도 그 자리에 있을 것만 같은 그런 것들. 여전히 그대로인가 보다. 머리로는 수없이 되뇌고 선 또다시 같은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모습을 문득 깨달을 때면. 많은 것이 변해가는데도 말이다. ​ 우리는 누군가를 마주할 때, 우리가 처음 만난 그 순간에 머물러있다. 우리는 그들을 통해 그 시기를 기억한다. 많은 것이 바뀌었어도 우리는 서로를 그 시기에 고이 넣어두고선 가끔씩 꺼내본다. ​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은, 당연했던 것들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과정이 아닐까. 어릴 때는 어른이 되면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아 막연하게 어른을 동경했던 것 같다. 점점 어른이 되어갈수록 어른이라는 .. 2021. 7. 6.
영화 :: 로프(Rope) 후기 ​ ​ 우리는 로프를 쥐고 있는가. 아니, 누군가를 재단할 로프를 쥘 자격이 있는가. ​ 완벽이란 없다. 누군가를 재단할 수 있는 완벽을 지닌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다. 다시 말해 누군가를 재단할 수 있는 인간은 그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결국 당신이 쥐고 있는 로프는 사실 당신의 것이 아니며, 당신의 판단하에 누군가에게 로프를 들이미는 행위는 당신의 오만을 나타낼 뿐이다. ​ 자신의 세상이 가장 좁은 이들이 타인의 세상을 재단하려는 경향을 보이곤 한다. 자신이 인지하고 있는 세상 자체가 좁아 자신이 경험하고 아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자부한다. 자신이 틀릴 수도 있다는 어떠한 여분의 가능성조차 남겨두지 않는다. 결국 로프를 탐내는 이들은 대체로 이러한 경향을 지닌 이들이다. ​ 온전히 이성적일 수 .. 2021. 7. 5.
영화 :: '킬링디어(The Killing of a Sacred Deer)' 후기 ​ ​ 영원히 고통스러웠으면 좋겠다. 당신이 나에게 안겨준 고통이 영원한 것처럼, 당신에게도 영원한 고통을 안겨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낱 실수라는 이름으로 묻혀버린 당신의 과오가 내 인생을 어떻게 송두리째 망쳐버렸는지, 당신은 모를 것이다. 아니 당신의 기억 속에서는 이미 잊혔겠지. ​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를 나의 기억에 가둬놓고선 잊어버린다. 그렇게 기억의 방에 갇힌 사람은 영원히 그 기억 속에 갇혀 살아갈 수도 있다는 말이다. 누구를 탓해야 하는가. 막상 그 문을 열고 나와 주위를 둘러보면 나를 가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 정의란 무엇일까. 아니, 정의란 것이 존재하긴 할까. 어쩌면 그저 누군가가 만들어낸 유토피아적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나와 같이 힘없는 사람이 당신들의 .. 2021. 6. 29.
다큐멘터리 :: '인사이드 차이나(Inside China) - 신장 위구르(新疆维吾尔自治区)' 후기 ​ 최근 신장 위구르족의 인권 문제가 화두로 올라오고 있다. 물론 이전부터 신장위구르 지역을 비롯한 중국의 소수민족의 차별은 오랜 기간 자행되어왔지만, 국제사회에서 묵인했기 때문에 암묵적으로 허용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행보는 '하나의 중국', '일대일로'라는 이름으로 다양성을 삼켜버리기 위한 시도가 많았다. 국제사회는 이러한 현상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며 중국을 제지하기 시작했다. ​ 물론 국제사회의 제재가 이제야 시작된 것은 비난받아야 하는 일이다. 그들은 지독하게 자국의 이익을 위주로 결정을 이뤄내왔고, 중국과의 협력이 자국에 이득이 된다고 판단했기에 지금까지의 중국의 활동을 묵인하고 있었던 것이니 말이다. 중국에서는 여전히 신분증에 자신의 출신 민족을 기입해야 한다. 그렇기에 한족이.. 2021. 6. 28.
영화 :: '바그다드 카페(Bagdad Cafe)' 후기 ​ ​ 비옥했던 땅이었지만 하나둘 떠나면서 황폐해진다. 건조해지고 퍽퍽해진다. 사막이란 그렇게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삶은 얼마나 퍽퍽하고 건조해진 것일까. 또 어떤 것이 나를 떠나갔을까. 이런 생각조차 들기도 전에 이미 나의 삶은 사막으로 변해갔다. ​ 모래먼지 속에 떨어진 이방인이 바람을 따라 이곳에 도착했다. 당연하게 견뎌가고 있던 나의 삶을, 마치 틀린 것 고치듯 이것저것 바꿔놓기 시작했다. 불쾌했다. 어디서 왔는지, 어떤 의도에서 이곳으로 오게 됐는지는 상관없었다. 그런 태도가 불편하고 불쾌할 뿐이었다. ​ 사실 변화는 생각보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오지 않는다. 변화를 맞이할 준비가 되지도, 원하지도 않는 순간에 불쑥 나타나버리곤 한다. 의도치 않은, 예상하지 못한 변화를 유.. 2021. 6. 22.
영화 :: '해피투게더(春光乍洩 , Happy Together)' 후기 행복하지 않아서 나온 건데 답을 못 찾고 돌아가면 나온 의미가 없잖아. 편견이라는 선을 그어놓고, 바깥으로 밀려난 이들이 도망치듯 도착한 곳. 편견을 피해 도착한 곳에도 또 다른 편견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서로를 아무리 떨쳐내려 해도 그들은 꽤나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그 몇 가지의 교집합이 그들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끔 했다. ​ 행복하지 않았다. 행복하려고 뛰쳐나온 세상 밖인데도 여전히 말이다. 행복이란 것이 존재하긴 할까. 어쩌면 행복이란 건 누군가가 퍼트린 신기루 같은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 사실 그게 인생이었다. 낭만과 빛나는 무언가를 찾아 헤매다가도, 조그마한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오랫동안 일어날 수 없던, 그것이 인생이었다. 담배연기 자욱한 방에서 그 연기에 동화되어 무뎌진 후각처.. 2021. 6. 17.
영화 :: '싸이코(Psycho)' 후기 ​ ​ 범죄를 잡기위해 따라간 범죄현장엔 또다른 범죄가 기다리고 있었다. 마중물같았던 작은 두려움은 더 큰 두려움이 기다리는 곳으로 이끌었다. 모순적이게도 벗어나려할수록 예상할수있는 것은 점점 사라졌다. ​ 사람의 감정은 아름다운가. 이에 대한 질문에 우리는 우선적으로 우리의 삶은 그리 아름답지않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어 그러한 삶을 살아가고있는 우리의 감정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생각에 도달하게 될테고. 사실 그 감정을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그렇지않다는 것을 대부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역사라는 것이 승자의 시선으로 적어내려간 기록이듯, 이와 마찬가지로 감정이란 것을 기록하는 주체가 인간이기에 스스로의 민낯을 미화시키려 하고있을것이다. ​ 아련한줄로만 알았던 그리움이란 감정이, 정도를 넘어가.. 2021. 6. 10.
영화 :: '현기증(Vertigo)' 후기 ​ ​ 우연의 연속이었다. 일을 할 수 없게 되었고, 그로 인해 누군가의 아내를 미행하는 일을 맡게 되었고, 우연히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 ​ 우연의 연속이었나. 사실 우연을 가장한 필연일지도 모른다. 당신이 일을 할 수 없게 된 것도, 부탁을 받아 누군가를 따라가게 된 것도, 그러다가 사랑에 빠졌던 것까지. ​ ​ 결국 그들은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살인자의 연극에 동참했다. 목적을 이룬 살인자는 사라졌지만 그에 대한 분노는 사라지지 않았고, 그 분노는 결국 고용되었던 여자를 향했다. 남자는 자신의 분노를 여자에게 표출함으로써 자신을 고용한 지인에게 체면을 지켰고, 자신의 분노 또한 마음껏 표출했다. 결국 남자는 잃은 것이 없었다. 확실한 것은 분노의 대상 선정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 ​ 결국 .. 2021. 6. 3.
영화 :: '레베카(Rebecca)' 후기 ​ 보여지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다고 믿어왔던 것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다. 어제의 진실은 오늘의 거짓이 될 수도 있다. 흐르고 또 흘러버리는 바다처럼, 그렇게 거짓은 사실속에 묻혀 흘러갈 수 있는게 인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결국 모두가 피해자였다. 레베카라는 환영에 싸여 고통받았던 여자, 또 그 환영을 그리워하는 여자, 그리고 사회적 제약 속에서 최대한의 자유를 얻었지만, 인간으로서의 자유를 내려놓아야만 했던 여자. 결국 가문의 명예를 강요했던, 꿈 없는 좋은 아내가 되길 강요했던, 그리고 전부인의 환상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그들은, 모두 사회가 만들어낸 희생자였다. ​ 표면적으로 비극의 원흉은 레베카를 가리키고 있지만, 사실 이 모든 일의 근원은 각.. 2021. 6. 1.
영화 :: '조커(Joker)' 후기 I hope my death will make more cents than my life. 정신병, 허름한 아파트, 그리고 아픈 어머니. 이속에서 나는 그저 사람들을 웃게 하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웃지 못할 상황에 놓여있지만 모순적이게 다른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사람이,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랐다. ​ 내가 많은 걸 바란 걸까. 내가 지금까지 믿고 살아왔던 것들이 하루아침에 부정당했다. 세상은 나 같은 사람의 사정 따위를 거들떠봐줄리 없었다. 나는 그저 한낱 꼭두각시이자, 거지, 해적, 시인, 그리고 졸병이었다. 왕이 되어보았지만 무대에서 내려오면 끝나버릴 역할극일 뿐이었다. 그저 나는, 그들에게 배경과 같은 존재였다.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아니, 사실 세상에 존재하는지조차 모르는.. 2021. 5. 17.
영화 :: '다크 나이트(The Dark Knight)' 후기 ​​관성의 법칙이란 게 있다. 우리는 지금 누리고 있는, 평범함이라고 칭해지는 것을 지속적으로 누리길 바란다. 평범함을 지켜낸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사실 평범함, 평화라는 것은 꽤나 주관적이기에 그 가치도, 기준도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불안정하기에, 통제할 수 없는 수많은 변수들 속에 끊임없이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 또한 우리는 알고 있다. 이러한 변수를 또 다른 변수로 통제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심이 영웅을 만들어버렸다.​창작은 대체로 모방으로부터 파생된다. 세상에 수많은 창작된 이야기들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이야기가 익숙하게 느껴지고, 그 이야기에 수월하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역사에서, 혹은 현실에서 이러한 사건을 흔히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인간은 끊.. 2021. 5.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