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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여운152

영화 :: '비포 미드나잇(Before Midnight)' 후기 ​ ​ 드디어 현실에서 함께하게 된 두 사람. 잠깐의 아름다웠던 순간의 기억으로 평생 함께 헤쳐나가야 할 현실에서의 문제를 버텨낼 수 있을까. 사람들은 사실 현실을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외면하고 싶으면서도, 또 영화이기에, 현실과 다르지 않을까 조금의 기대를 가져봤는지도 모른다. 추억은 추억일 때 가장 아름답다는 말에 나 또한 동의하고 있었던 걸까. ​ 해피엔딩이라고 말할 수 있는 시점은 진짜 엔딩일까. 해피엔딩 뒤에는 늘 행복한 일만 있을까 싶지만, 또 그게 그렇지 않기에, 그 지점에서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끊어버리는 게 아닐까 싶다. 아니 사실 우리는 경험을 통해 해피엔딩이라는 것이 진정한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 이미 알고 있지만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한다. 그렇기에 이 이야기가 .. 2021. 4. 27.
영화 :: '가스등(Gaslight)' 후기 ​ ​ 누군가를 마음대로 조종하기 위해 세뇌시키는 행위는 오래전부터 이어져왔다. 단지 그러한 행위를 '세뇌'라는 단어로 표현하기에는 그 의미가 협소했기에, 이러한 행위가 주목받고 한 단어로 정의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우리는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그 의미를 담을 수 있게 되었다. ​ '가스등'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영화는, '가스라이팅'의 어원이 되는 영화이다. 꽤 오래전에 개봉했던 것으로 미뤄보아 가스라이팅이라는 행위는 그 이전부터 이어져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존에 나오지 않았던 어떠한 이야기가 처음 수면 위로 올라올 때 상징성과 일반적이라는 특징을 지니게 된다. 가부장적인 분위기를 당연시 여겼던 사회 분위기 속에 우리의 부모님 세대까지만 해도 가스라이팅에 대하여 문.. 2021. 4. 26.
영화 :: '아사코(寝ても覚めても, Asako I & II)' 후기 ​ ​ 첫사랑, 그리고 그를 닮은 사람.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류헤이와의 인연을 만들 수 있었지만, 여전히 아사코 속 한켠에는 바쿠가 머물러있었다. ​ 바쿠는 아사코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단순히 첫사랑을 그리워한다는 이유만으로는 류헤이와 함께했던 시간에 그가 홀로 남겨져아하는 충분한 이유가 되진 못했다. 아마 아사코는 그 당시의 바쿠, 그리고 그를 사랑했던 자신의 모습을 그리워했는지도 모른다. ​ 류헤이가 현재라면, 바쿠는 그저 과거일 뿐이다. 우리는 간혹 과거를 그리워하느라 현재를 흘려보내곤 한다. 현재도 언젠간 과거가 될수있다는것, 그리고 지금을 그리워하느라 앞으로 다가올 현재를 낭비할 수도 있다는 걸 잊은 채로. ​ 시간은 흐르고, 그 시간에 있던 나와 너도 흐른다. 그때의 너, 그리고 나는 이제 여.. 2021. 4. 19.
영화 ::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 후기 ​ 현실에서의 삶을 꾸려가는 여자와 현실과 공상을 넘나드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남자. 현실이라는 굴레 속에 최적화되어있는 사람들에 의해 뒤처져있는 듯한 기분으로 오랜 기간 살아왔었다. 그저 남들이 하는 대로, 결혼을 해 이것이 가져다줄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막연히 기다리고만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었다. 여전히 누구도 그를 인정하지 않았다. 인정을 갈망했지만 그들에게 그의 가치는 쓸모없는 것이었다. ​ 많은 걸 바라왔던 걸까. 그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에 대한 인정을 원할뿐이었는데, 현재만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의 가능성이란 것은 그들의 안중에 없었다. 어쩌면 열등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쌓여간 열등감이 스멀스멀 올라와 그를 더 못난 사람처럼 보이게끔 했는지도 모른다. "영.. 2021. 4. 15.
영화 :: '그래비티(Gravity)' 후기 ​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얼핏 보이던 우주의 빛. 그에 매료되어 나방처럼 우주로 나서는 인간들이 있었다. 아마도 인간은 지구를 지배하는 것만으로는 만족스럽지 않았나 보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었고, 그 욕심은 우주로 향했다. ​ 새로운 경험이었을 것이다. 노력을 해도 해결되지 않는 게 있을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모든 것들이 신선하면서도 한편으론 두려움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들이 어떤 환경에서 자라왔든, 얼마나 똑똑하든, 우주라는 공간은 그러한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우주는 공평했다. ​ 수많은 주변인들이 죽음을 맞이하고 겨우 살아남았던 주인공의 이야기보다, 실제 우주라는 세상은 더욱더 냉정하고 참혹할지도 모른다. 현실에서 인간들 가운데서도 똑똑하다고 자부했던 인간들이 경험했던 우주는, 그.. 2021. 4. 12.
영화 :: '8월의 크리스마스' 후기 ​ ​ 우리는 하루하루 죽어간다. ​ 끝을 알면서 살아가는 삶은 어떻게 버텨나가야 되는가 되는가. 무언가를 내 삶에 담고 싶지만 담아내지 못할 때, 때로는 담아낸 것조차 비워내야 할 때, 그때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이는 것도 이젠 지쳐온다. 간혹 억울함은 운명에 대한 분노로 이어져 새어 나와버린다. 분명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누군가는 분명 그걸 감당해내야 한다는 게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 뿐이다. ​ 삶이라는 게 마음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가도, 또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 괜한 욕심을 부리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나도 모르게 기다려지는 시간들, 빨간 차가 지나갈 때마다 유리 너머로 시선을 내밀어보기도 하며 미련 없다 느꼈던 삶에 미련을 조금씩 던져 넣고 있었다. ​ 죽음이라는 건 나.. 2021. 4. 6.
영화 :: '오베라는 남자(A man called Ove)' 후기 ​ ​ 모든 일에 불만이었다. 한 번이라도 부드러운 말이 나오는 일이 없었다. 뭐가 그리 그를 그렇게 만들었는지, 부질없어 보이는 규칙에 집착하고 강요하며 날을 세웠다. ​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풍족하진 않았지만 열심히 살았고, 아버지가 살아왔던 것처럼 정직하려 했다. 남을 위하려 노력했고, 그러다 운명이 무엇인지 새삼 느끼게 해주던 사람을 만나 결혼하기도 했다. 없는 살림이었지만 그 누구보다 행복했다. 그렇게나 바라왔던 가족을 이룰 수 있는 순간이 다가왔구나 싶었는데, 애석하게도 세상은 나의 행복을 원하지 않았나. 모두 앗아갔다, 나의 운명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아, 거둬져 혼자 남겨진 것 또한 나의 운명이었을까. ​ 열등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나의 노력을 알아보려 하지 않은 이들에.. 2021. 4. 1.
영화 :: '릴리슈슈의 모든 것(リリイシュシュのすべて, All About Lily Chou Chou)' 후기 ​ ​ 상처는 생각보다 빠르게 퍼져나간다. 마치 물에 잉크를 풀듯, 한눈판 사이에 자칫하면 잠식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상처를 받은 자는 애석하게도 그 상처를 타인에게 넘겨주기 바쁘다. 마치 바통을 넘겨주듯.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처를 받아본 사람들은 타인에게 유사한 상처를 건네지 않으려 노력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함께 숨 쉬고 있는 인간이란, 꼭 그렇지만은 않다. ​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은 상처를 받고 이로 인해 삶이 잠식당했을 때,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좁아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경험하고 있는 고통으로 인해 닫혀버린 시야는, 주변 사람들은 마냥 걱정 없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성가시게 여기는 듯했다. 알 수 없는 분노가 일렁여 그들에게 상처를 주려 노력.. 2021. 3. 30.
영화 :: '나를 찾아줘(Gone Girl)' 후기 ​ ​ 아내가 사라졌다. 갑작스런 부재에 놀랐지만 또 한편으로는 안심했다. 닉은 새로움을 갈망했으며, 이미 자신이 억지로 만들어낸 새로움에 취해있었다. 그는 에이미와의 이혼을 원했기에, 어쩌면 이러한 부재는 그에게, 자신의 상황이 좀 더 순탄하게 풀리지 않을까라는 한편의 희망을 가지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 에이미는 알고 있었다. 영원을 약속한 사회적 계약에서의 배신은 대부분 사회적인 방법으로 마무리 지어지지만 에이미는 그러지 않았다. 노력하지 않았고 심지어 그 책임을 자신에게 전가했던 남편이란 사람을, 에이미는 철저하게 짓밟으려 했다. 물론 그 방법이란 게 일반적이지 않았고, 때로는 기이해 거부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배신감을 대갚음해 주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가감 없이 표현했다는 것.. 2021. 3. 22.
영화 :: '미 비포 유(Me Before You)' 후기 ​ ​ 예상했던 대로 흘러가는 인생이 있을까. 즐거움도, 또 어떤 좌절도 영원한 것은 없다. 누군가는 뜻밖의 죽음을 맞아해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았던 삶의 레일에서 내려와야 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죽음이란 것을 삶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이용했다. ​ 과거와 현재의 괴리가 남은 인생 동안 극복해내기엔 불가능하다 생각이 들었기에 매 순간이 고통의 연속이었다. 더 이상 삶에 대한 미련은 없었다. 꾸준히 고통스러울 줄로만 알았던 앞날뿐이 남지 않은듯했다. 하지만 인생이란 것은 예상치 못한 순간의 연속이며, 또다시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과 마주했다. ​ 세상에는 고통을 주는 사람과 그 고통을 거둬가는 사람이 있다. 사람에 상처받아 사람으로 치유받는다는 것이 꽤 모순적인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 2021. 3. 18.
영화 ::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Swallowtail butterfly, スワロウテイル)' 후기 ​ 사람들은 태어난 곳이 그들의 고향이라 부른다. 엔타운이라는 곳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국적을 숨겨 불법 이주자의 신분으로 다시 태어난 곳이니, 어찌 보면 엔타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들이 나고 자란 고향 말고도 엔타운이라는 하나의 또 다른 고향이 생긴 셈이다. ​ 일본은 그들을 숨기고 싶어 했고, 최선을 다해 숨기려 했다. 모든 것은 좋은 면만을 이끌어낼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본은 그들을 외면함과 동시에 핍박했다. 여전히 엔타운을 자신의 치부로 여기며 여전히 드러나지 않길 바랐으므로, 그들은 그렇게 일본이 만들어둔 그늘에 묻혀버렸다. ​ 같은 인간이었지만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언젠가 누군가에 의해 짓이겨져도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혹은 관심조차 없을 그들은, 한 마리의 .. 2021. 3. 17.
영화 :: '트루먼쇼(The Truman Show)' 후기 ​ ​ 태어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계획되어진 삶을 살아왔다. 자신에 의해서가 아닌, 타인에 의해서. 주체적인 삶이라고 여기며 쌓아왔던 그동안의 시간들이 한순간에 부정당해야만 하는 그의 기분은 어떨까. ​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도 하나의 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이 우리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의미가 아니라, 자의로든 타의로든 조그마한 섬 하나 벗어나지 못하던 트루먼처럼 우리의 주변에서는 우리의 도전을 꾸준히 좌절시킨다는 의미로 말이다. 분명 응원까지 바란 것은 아닌데 그저 들어주는 것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들 속에서 매 순간 우리의 자아는 의도치 않게 상처를 받게 된다. ​ 어쩌면 그들 또한 그러한 말을 듣고 살아왔기 때문에, 자신이 듣고 살아왔던 말을 타인에게 그대로 흘려보내려 하는 것.. 2021. 3.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