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여운152 영화 :: '하나와 앨리스(花とアリス, Hana & Alice)' 후기 어린 마음이었다. 그래서 그게 당신과 앞으로 함께할 수 있을 거란 기회라 생각했다.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내 욕심을 채우기 위해 나도 모르게 거짓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그렇게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았다. 어쩌면 당연한 말이겠지만, 이제 갓 고등학생이 된 아이의 거짓말은 얼마나 허술했는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으로 그 구멍을 파고들었던 너에게, 화가 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아니, 사실은 부끄러운 감정을 화로 숨기고 싶었는지도. 앨리스를 찾아가 부탁을 했다. 나의 연극에 그가 조금이라도 더 머물러주길 바라는 몸부림이었을까. 말도 안 되는 우리의 연극에 그저 그가 함께 발맞춰주는 것인지 그땐 알지 못했다. 기억을 찾는 것에 도움을 줘야 한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던 엘리스는 .. 2021. 3. 12. 영화 :: '4월 이야기(四月物語, April Story)' 후기 선배는 나의 꿈이었다. 나는 그 꿈을 따라 도쿄로 왔다. 무작정 이곳에 오면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또 그렇게 쉽게 흘러가진 않았다. 매일같이 출근도장을 찍었던 책방에선 내가 원하는 책을 찾을 수 없었다. 아, 책이 아니려나. 여느 때와 같이 버릇처럼 들렀던 책방에서 우연히 그를 마주쳤다. 그토록 그리던 순간이었는데 그저 스쳐 지나가기만 한순간이었다. 역시 꿈은 꿈으로만 남을 수밖에 없는 건가 보다. 허무함이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잘 있구나, 그렇구나라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도쿄에 무작정 올라올 수 있었던 목표는 단지 하나였기에, 이곳에서의 생활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외롭고 또 외로웠다. 도쿄에서의 삶을 버티게 해줄 것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용기 내어 건넨 .. 2021. 3. 9. 영화 :: '봄날은 간다' 후기 인생에 한 번뿐일 것 같은 사람이었다. 흔들리던 갈대 소리에 이끌린 건가, 아니면 감정 소리에 이끌린 건가. 어느새 이곳, 강릉까지 오게 되었을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내가 조금 더 노력하면 되는 걸까 싶다가도 너무나 당연해진 내 자신이, 기다리기만 한 내 자신이 안쓰러워져 그 사람을 향해 꿈틀대보기도 했다. 그저 함께하고 싶어 한 노력이, 너에게 나를 당연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다. 네 앞에서 나는 그저, 동네 슈퍼마켓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라면 같은 정도의 사람이었나 보다. 김치는 내가 만들면 된다는 말이, 그 사람에겐 한낱 어리광으로 들렸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각자 지나왔던 경험은 너무나도 달랐고, 그 차이를 매우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어리석게도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 2021. 3. 8. 영화 :: '노예 12년(12 Years a Slave)' 후기 이곳에선 과거에 내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 부와 명예를 가졌는지 중요치않았다. 오직 피부색 하나로 계급이 나뉘었으며, 그들의 눈에 나는 그저 한낱 흑인일뿐이었다. 솔로몬 노섭이라는 이름으로 몇십년을 살아왔건만, 이곳에서 살아남기위해서는 내자신을 플랫이라는 이름속에 덮어두어야한다고한다. 살아남는것이 이렇게나 지독한것인줄 이전까진 알지못했다. 나의 삶은 행복한 가족과 음악가로서의 삶, 사람들의 호의로 둘러싸여있었다. 당연스레 나는 세상에 호의적이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며 살아가는줄알고있었다. 나의 음악을 좋아해주는 사람을 만났다. 그들은 그들이 생각하고있던 사업을 나에게 설명하며 내 가치를 인정해주듯 나를 대접해줬다. 세상에 대체적으로 호의적이었던 나는, 그들의 호의.. 2021. 3. 2. 영화 ::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 후기 국민이 정부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 국가와 국민. 그들은 공생관계일까, 대립관계일까. 정부는 한 인물을 나타내는 것일까, 국민 전체를 나타내는 것일까. 여전히 국민의 주권을 돌려주지 않는 국가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이들에게 어떤 의미로 남아있을까. 태어날 때부터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된 정의였을까, 혹은 국민들 손에 쥐어져있던 주권을 누군가가 약탈한 것이라 생각하고 있을까. 이들은 외부의 사례로부터 자극을 받아 주권을 되찾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을까. 분명 당연한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이 자체가 당연하지 않던 시기가 있었다. 우리는 그것을 되찾기 위해 최선을 다해 투쟁했다. 대표자라 자칭하던 무리들은 이것을 폭동, 테러로 치부하며 또 다른 선동을 시.. 2021. 2. 25. 영화 :: '하나 그리고 둘(A One And A Two)' 후기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은 영화의 한순간이었다. 사랑하고 싸우고 이별하고 그리고 영원한 헤어짐까지. 그 누구도 탓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 속에서, 우리는 숨 쉬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삶이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가고 있다.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죽음으로 수렴되는 통로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매일의 의미를 부여하며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우리에게, 삶이란 무엇일까. 한순간이었다. 예기치 못한 순간은 뜬금없이 찾아와 삶의 방향을 송두리째 바꿔놓아버린다. 죽음에 거의 다다랐음을 알지만, 죽음에 도달하는 그 시점까지 일상을 함께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천 끄트머리를 조각조각 기워놓은 어색한 손수건처럼, 우리의 일상을 조금씩 떼어 나눠주고 있었다. 어울.. 2021. 2. 18. 영화 :: '자유연기' 후기 과거에, 아니 사실 여전히 꿔오고 있는 꿈. 행복하기 위해서 한 결혼이 꿈을 희미하게 할 줄은 몰랐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울어재끼던 아이를 안고 20평 남짓한 공간에서 버티고 있었다. 드넓은 세상에서 살았던 기억들이 무뎌지며, 나의 세상은 어른이 되면 될수록 좁아지고 있다. 홀로 고군분투해야 하는 삶을 버텨낸다 해도, 그저 보람 없는 시간의 연속일 뿐. 나보다 실력 없다던 그 선배는 찬찬히 꿈을 이뤄가고 있었고, 내 못난 열등감은 스멀스멀 올라와 현실에 대한 분노로 자리 잡았다. 내가 부럽다는 선배의 말에 그저 웃기만 했던 내 모습에서 슬픔을 보긴 했을까. 본인도 힘들다는 당신의 말에, 그래도 당신은 하고 싶은 걸 하기 때문에 힘든 것이라는 말이 목 끝까지 끌어 올랐지만 그런 말을 한다.. 2021. 2. 16. 영화 ::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You Are the Apple of My Eye)' 후기 인생의 모든 사건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 각자의 션자이를 품고 살아가는 우리는, 앞으로 다가오는 사람을 온힘을 다해 사랑할수있을까. 누군가를 감싸안기엔 너무나 어렸고, 최선을 다했지만 그만큼 서툴었다. 우리는 너무나 달랐고, 나의 표현에 네가 다칠수도 있다는것을 그땐 왜 몰랐을까. 서로를 알아달라고만 할줄알았지, 어리석게도 먼저 손 내밀생각은 해보지못한듯해 아직도 그때의 기억에 마음이 아려온다. 너도 나를, 지난날의 우리를 떠올렸을때의 느낌이 나와 같을까. 그당시 어리숙한 우리는 서로의 이기심을 앞세우느라 아름답지않은 장면일거라 장담했는데, 기억이란게 참 야속해서 그 위에 아름다운 색으로 칠해뒀더라. 가끔은 어른이 되어가는게 무서워 핸드폰 속 사진을 뒤적여보곤해. 그러다가 분명 다 지웠다고.. 2021. 2. 10. 드라마 :: '그리고 베를린에서(UNORTHODOX)' 후기 인간으로서 누려야할 자유. 그 중 하나가 종교의 자유. 그렇다면 반대로, 종교안에서 인간은 자유로울수있는가.종교의 자유를 통해 원하는 종교를 선택했지만, 보여지는 요소들로부터 파생되어 규정지어진 제약으로 작용해, 내가 온전히 나로 남을수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어쩌면 인간이 도덕적일수있는 방향을 제시해주는것이 종교의 목적이 아닐까 싶었다.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수많은 종교들이 존재하는데, 그 종교는 현재의 속도를 따라갈수있는가. 혹은 따라올 의향이 있는가.앞으로도 종교의 근본적 가치는 변하지않겠지만, 그 가치를 바라보는 관점은 매일 조금씩 바뀌고있다. 그 변화가 조금씩 쌓여 큰 변화를 만들어내고있음에도불구하고, 종교의 가치관을 바라고보있노라면 과거의 어느시점에서 멈춰있는 느낌이 들때가 있다.. 2021. 2. 2. 영화 ::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The Boy In The Striped Pajamas)' 후기 Childhood is measured out by sounds and smells and sights, before the dark hour if reason grows. 유년기의 이성의 어두운 시간이 자라나기 이전에 소리, 냄새, 시각으로 재단된다. - John betjeman 행복했던 베를린을 두고 내려온 어느 시골마을. 그저 친구가 그리웠을뿐이기에 마주할수있었던 사실이 있던 그 마을. 가방에서 쏟아져나오는 활자들은 사악한 유대인에대해 수없이 되새기고있었지만,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함께했던 나의 친구는 분명 나와 똑같은 사람일 뿐이었다. 너의 아버지를 존경하냐는 질문에, 너는 망설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의 가족이 함부로 대했던 할아버지는 나의 다친 다리를 정성스레 묶어.. 2021. 1. 26. 영화 :: '레옹(LEON)' 후기 아버지 같지 않던 아버지 밑에서, 어머니 같지 않던 어머니 밑에서 견뎌내야만 했던 마틸다의 인생에, 레옹은 한편의 안락한 담요였을지도 모른다. 마틸다는, 그 안락함에서 한 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는 아버지를 느낀 것일까. 아마도 레옹은 마틸다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과 겹쳐 보였을 수도 있겠다. 가족 같지도 않은 가족이었지만, 허름하고 색이 바랬던 파라솔조차 없이 세상을 오롯이 맞이해야 하는 마틸다의 모습에 곧 닥쳐올 죽음을 피하기 위해 가늘게 몸부림치며 눌렀던 초인종 소리에 그 미세한 떨림이 전달됐으리라. 모순적이게도 가족의 모양을 따라 했던 그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족을 벗어나야 했던 소녀를 무참히 내쫓을 수 없었던 이유는 자신과 같은 외로움과 고독함이 느껴져서였을까. 미세한 떨림에 레.. 2021. 1. 25. 영화 :: '500일의 썸머(500 Days Of Summer)' 후기 한 해를 넘기고도 절반이 흘러버린, 길고 긴 여름이었다. 이전에 알던 여름과는 다르게 춥기도, 따뜻하기도 했던 이상한 여름이었다.운명을 부정하는 여자와, 운명을 믿는 남자. 어린 시절 그리고 몇 안 되는 경험들로 이루어진 그들의 가치관. 친구라는 이름으로 꾸역꾸역 가려뒀던 그 남자의 마음. 그리고 어설프게 가려둔 마음을 이미 봤으면서도 못 본체하고 있는 여자. 쫓고 쫓기는 것처럼, 어쩌면 맞출 수 있던 타이밍을 고의적으로 요리조리 피해 가고 있었다. 완벽하지 못한 사람들이 모여 맞춰가는 것은 분명 아름다운 장면만 볼 수 없더랬다. 완벽하지 못했기에 아름다운 장면만 골라 기억에 담아둔 게 아닐까. 사랑했을 때 기억에 하나둘 담아뒀던, 좋았던 기억들이 언제 그렇게 색이 바래버렸는지. 내가 좋아했던 너의.. 2021. 1. 22. 이전 1 ··· 3 4 5 6 7 8 9 ··· 1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