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440 영화 :: '화차' 후기 기괴한 삶이다. 단지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니. 이곳에서 벗어나기에 난 너무나도 어렸고 연약했다. 그 누구에게도 보호받지 못한 삶은 결국 이렇게 남았구나. 타인을 향한 분노라기보다 그저 내가 살아남기 위함이었다. 단지 한 명의 인간으로서 남들처럼 숨 쉬고 밥 먹고 거리를 거니는 게 이렇게나 어려울 일인가 싶었다.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딨냐만 원치 않은 대물림에 도망자의 삶을 물려받았던 자신의 처지를 바꿔보려는 나름의 발악이었으리라. 누군가를 내 공포로 밀어 넣어 얻은 새삶이었다. 타인을 대가로 치른 삶이 얼마나 가겠냐마는, 당신을 만나고 나서부터 이 불안한 행복에 점점 집어삼켜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방관했다. 어쩌면 그렇게 사라지길 바랐는지도 모른.. 2022. 2. 8. 2021. 11. 월간 글노트 섣불리 추워지지 않은 겨울 속을 거닐며 희미하게 내리는 비를 바라보고 있다. 변화를 준비하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막연함에 짓눌려버리는 감정은 무언가를 해낼 수 있을까 의문에 휩싸이곤 한다. 한 단계씩 나아갈 때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들에 의심을 품진 않지만, 잘 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을 꾸준히 던져대고 있었다. 두려움이 더 커지기 전에 어느 지점까지 도달해야 한다는 목표치를 꽃아두니 그런대로 마음이 놓였다. 아니, 마음이 놓였다기보다 그곳까지 도달하려면 불안할 시간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된 걸지도 모르지. 마음껏 떠나지도 못한 채 살아온 지 벌써 2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낯선 향속에서 눈앞에 물든 하늘을 기억하던 그 시간을 기억한다.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선명한 사진처럼 아마 평생 내.. 2022. 2. 7. 유럽 4-4. 체코 프라하 Czech Republic Prague🇨🇿 눈앞에 펼쳐진 야경을 보며 숨을 크게 들이켰다. 한눈에 들어오던 프라하성 그 아래로 펼쳐져있던 야경이 은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현재 그리고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조차 이 순간을 되새길 수 있도록 우리는 한동안 말없이 눈에, 카메라에 야경을 담았다. 눈에 맺히던 그날의 야경과 내음을 손에쥔 카메라 하나로 담아내기엔 너무 벅차 아쉬운 마음에 쉽게 눈을 뗄 수 없었다. 우리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올라왔던 길을 따라 다시금 야경속으로 들어갔다. 현 대장을 따라갔던 그곳의 어둠은 틈 사이마다 은은함을 품고 있었다. 듬성지게 놓여있던 프라하의 건물들을 따라 이곳에 오기 전까지 미처 알지 못했던 시간의 흔적을 되짚어보고 있었다. 그저 아름답게만 비쳤던 그 거리의 야경이 머금은 슬픔을 조금이나마 위로해줄 수 .. 2022. 2. 4. 영화 :: '도그빌(Dogville)' 후기 보이는 그대로 믿으려 했다. 끝없는 어둠에서만 벗어날 수 있다면 빛을 마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당신들의 경계가 호의로 바뀌는 순간 안도해버렸던 나 자신의 문제였을까. 어쩌면 거칠지 못한 내 손의 탓일지도 모르겠다. 열등감은 아래로 흐른다. 아래로 더 아래로. 썩어문드러진 가장 아래 위치한 그들의 열등감은 결국 그레이스를 짓눌러버렸다. 하지만 그 열등감이 누구보다 열심히 버텨내고 있던 당신들의 탓으로 돌려버리기엔 너무나 잔인하지 않는가. 내가 당신들을 이해할 수 있으니 그걸로 됐다. 단지 그뿐이었다, 인간으로서 떳떳한 삶을 살고 싶다는. 바닥에 흩뿌려진 일곱 개의 인형 조각이 그동안 붙잡아왔던 희망 따위를 초라하게 만들어버렸다. 어쩌면 나의 믿음이 인간에 대한 환상에서 비롯된 오 만일 수.. 2022. 2. 3. 유럽 4-3. 체코 프라하 Czech Republic Prague🇨🇿 체스키를 지나 드디어 프라하에 도착했다. 파리보다 기대했던 프라하에 도착했다는 사실만으로 설레 왔다. 추위를 많이 타는듯한 해는 우리가 숙소에 도착해 간단히 짐 정리만 했을 뿐인데 벌써 뒷모습을 보이며 떠나가고 있었다. 우리는 벌써 익숙해진 듯 개의치 않고 빠르게 짐을 풀어내고선 간단하게 짐을 챙겨 숙소를 나왔다. 생각해 보면 유럽에 도착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도 이런 삶이 익숙해져 간다는 게 신기하기도, 그리고 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씁쓸해지기도 했다. 우리는 현 대장을 따라 숙소와 가까운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지하로 들어가는 넓은 계단을 지나 표를 살수있는 기계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아날로그 감성을 간직한 유럽은 뜻밖의 순간에 잊고 있던 기억을 되새겨주곤 했다. 지하철에서 .. 2022. 1. 27. 영화 :: '어둠 속의 댄서(Dancer In The Dark)' 후기 살기 위해 도망치듯 달려온 곳이다. 평생을 달고 다녔던 이 고통을 너에게만은 경험하게 하고 싶지 않아 나를 쥐어짜면서까지 일을 했다. 너는 모르겠지. 아니, 계속 모르길 바란다. 고통은 나의 몫이니. 그렇게 친구가 되었다 생각했다. 어디에도 털어놓지 못할 이야기를 하나씩 꺼내놓을 때, 그리고 그 고통에 공감할 수 있었기에 우리는 서로를 연민할 수 있었다. 하나둘 사라져가는 두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당신의 비밀을 지켜주려 했다. 조급함은 사람으로서의 삶을 외면하게 한다던가. 당신의 삶을 연명하기 위해 나의 전부를 앗아갔다. 그러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당신은 그랬다. 죽여달라는 당신의 몸부림에, 그리고 당신이 어떻게 나에게 이럴 수 있는지에 대한 원망이 방아쇠를 당기게끔 했다. 사랑보다 .. 2022. 1. 26. 때로는 그때가 좋았지 보다 지금을 그리워하겠지 날이 풀리고 있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기나긴 겨울이 벌써 희미해지고 있다. 며칠 전까지 쌓였던 눈은 땅으로 파고들어가 또다시 잠들 채비를 하고 있는듯했다. 한순간 사라져버린 우리의 추위는 예상치 못한 순간을 마주한 것처럼 낯설어하고 있었다. 기다렸지만 매번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이 느낌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우리의 인생은 아날로그, 세상이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끊어버릴 수 없는 그런 존재. 우리는 결국 새로운 날을 맞이했다. 아니, 사실은 새롭다기보다 그저 다른 숫자를 적어 라벨을 붙여둔 것뿐이지만, 그걸 알면서도 끊임없이 늘어가는 숫자에 집착해버리는 삶이 되어버렸다. 언제부터 우리는 당연하다는 말로 수많은 소홀함을 합리화했을까. 얼마나 많은 무심함을 흩뿌리고 다녔던 걸까. 이렇게 생각하고서.. 2022. 1. 25.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하여 우리는 한 번쯤 한국을 벗어난 삶을 꿈꾸곤 한다. 정확히 말하면 현실에서 벗어난 삶을 원하는 걸 테지만 말이다. 어디에서 살고 싶다는 명확한 계획 없이 막연한 바람을 가져보곤 한다. 지금과는 다른 환경, 다른 문화에서 살아가게 된다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믿음이 우리로 하여금 이러한 기대를 해보게끔 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아메리칸드림이란 것은 사실 미국이 황폐한 땅을 비용 없이 가꾸고 인구 또한 늘리기 위한 하나의 수법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들도 이러한 속셈을 숨겨둔 채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기회의 땅'으로 마케팅을 하는 전략을 펼쳤으며 이는 인구증가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수많은 문화가 유입되면서 융합되지 못한 채 발생한 사회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2022. 1. 24. 유럽 4-2. 체코 체스키크롬로프 Czech Republic Cesky Krumlov🇨🇿 주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시작된 우리의 기대는 프라하에 가면 해보고 싶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사이 생맥주 그리고 병맥주와 함께 손바닥만 한 컵이 우리 앞에 하나둘 놓였다. 필스너는 생맥주로, 코젤 다크는 병맥주로 받아 든 우리는 드디어 체코의 맥주를 마셔볼 수 있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이게 앞으로 체코에서 마실 코젤 맥주 중 가장 맛없는 맥주일 거라곤 생각도 못했었지. 주문한 맥주를 시작으로 테이블위에 음식이 채워졌다. 분명 우리는 립아이를 시켰는데 서로인이나 스트립 정도의 두께로 우리 앞에 나타날 줄이야. 우리는 눈앞에 놓인 음식들을 먹으며 프라하에 간다는 설렘을 나누고 있었다. 식사를 마친 후 파파스에서 나와보니 좀더 밝아진 듯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들어 하늘과 눈을 맞췄다. .. 2022. 1. 20. 객관이라는 신기루 우리는 수많은 매체들에 둘러싸여 매일을 살아가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사람들이 꺼내오는 수십 가지 소음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결국 정보의 바다라는 말이 와닿을 정도로 넘쳐나는 매체 속에서 보다 객관적인 내용을 찾아내기 위해 삶의 대부분을 할애하게 된다. 우리는 우리가 들이는 수많은 노력으로 객관성을 얻어낼 수 있을까. 인간에게는 선천적으로 감정이란 게 존재한다. 사회에서는 감정적이라는 단어를 부정적인 요소로 분류하곤 한다. 하지만 우리는 경험적으로 그 개체가 선천적으로 지니고 있는 요소 중 그 개체가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다시 말해 쓸모없는 요소는 없으며, 감정이란 것 또한 인간이 살아감에 있어 필요한 요소이기에 선천적으로 지니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인간은 감정.. 2022. 1. 19. 영화 :: '미나리(Minari)' 후기 아메리칸드림이라 했다. 평범했던 한국에서의 삶으로부터 벗어나 특별한 삶을 살아보겠노라는 마음으로 떠나온 한국이었다. 반나절 이상을 떨어진 그 거리만큼 우린 다른 삶을 살 수 있을 거란 기대와 달리, 과거의 기대에 얽매여 평범함을 애타게 갈구하던 나의 처지가 어느 순간 처량하게 다가오는구나. 꿈, 아메리칸드림은 그저 꿈일 뿐이었다. 그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던 진실 속에서 낯선 땅, 낯선 이들 사이에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이방인의 처지로 지극한 외로움을 견뎌내야 하는 우리가 고를 수 있는 더 이상의 선택지는 없구나. 눈물이 내려앉은 이 땅에 그렇게 우리의 뿌리가 조금씩 파고들고 있었다. 사무치는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한 발악으로 고향의 내음을 여기까지 끌어왔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버틸 수 .. 2022. 1. 17. 아직 오지 않은 날이라 설렐 수 있었다 한 해가 시작된 지 벌써 며칠씩이나 지났다. 생각보다 빠른 시간에 움찔거려보지만 그렇다 해서 이 흐름을 멈출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얼마 후면 지금 머무는 이곳조차도 과거시제로 설명되겠지. 떠나야 새로운 곳으로 갈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쉽사리 발이 떨어지지 않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분명 발을 디뎌 또 다른 곳을 나를 던져야 낯섦을 마주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두려움에 스스로의 발목을 옥죄고 있더랬다. 어느 곳에도 채 닿지 못한 그 찰나의 순간이 두렵다고 해서 이대로 가라앉고만 있을 순 없었다. 어쩌면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두려움 그 자체일 수도 있겠다. 앞으로의 시간들이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와 줄 것인지는 여전히 알 수 없지만, 그 경험들이 모여 후에 어느 시점에.. 2022. 1. 14. 이전 1 ··· 7 8 9 10 11 12 13 ··· 3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