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440

유럽 4-1. 체코 체스키크롬로프 Czech Republic Cesky Krumlov🇨🇿 또다시 여행지와 작별할 시간이다. 떠날때마다 남는 여운은 짧은 일정 탓인지 아니면 정이 들어 그런 건지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아마도 여러 가지 감정이 섞여 뒤숭숭해진게 아닐까 싶었다. 우리는 또다시 이전보다 부풀어오른 캐리어를 하나씩 챙겨들고선 차에 올라탔다. ​ 여전히 하늘엔 구름으로 덮여있었지만 그 틈새로 간간이 비춰오는 햇빛이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프라하로 가는 길에 있다던 체스키크롬로프라는 도시를 들르기위해 커다란 성문처럼 생긴 곳 앞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이 도시에 들어가기위해 거쳐야한다던 이 거대한 입구는 그 크기만으로 우리를 압도했다. 성문이 만들어낸 어둠을 지나 다시 햇빛이 보일때즈음 맞이한 풍경은 붉은 지붕으로 빼곡했다. 우리는 둘러싸인 강을 지나 체스키로 가기위해 다리를 건너 빼곡.. 2022. 1. 13.
유럽 3-6.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Austria Salzburg🇦🇹 눈보라를 뚫고 온 차 안에서의 이야기부터 너무나 아름다워 눈에 다 담기지도 않았던 할슈타트의 풍경에 대한 이야기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일행과 함께 밥을 먹고 나서 아직 해가 채 지지 않은 오스트리아의 야경을 보기 위해 일행들은 발걸음을 옮겼다. 나와 민 언니는 예측하기 어려웠던 지구 반대편 유럽 날씨 때문에 오스트리아에 오기 전부터 꽤나 고생을 했더랬다. 3월이니 봄 날씨 일거라는 단순한 생각이 우리를 여남은 추위 속으로 밀어 넣었다. 나와 언니는 여행 일정이 아직 많이 남아 있던 터라 더 이상 고생하지 않기 위해 야경을 포기하고 잘츠부르크 시내에서 쇼핑을 하기로 했다. 우리는 일행과 인사를 나눈 후, 잘츠부르크의 해 질 녘 흔적을 따라 좁은 골목길로 향했다. ​ 우리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아직도.. 2022. 1. 10.
영화 :: '나의 서른에게(29+1)' 후기 사람이 30세가 되면 토성의 영향을 받는대. 인생은 변화무쌍하고 헤쳐 나가야 할 일도 많아. 서른을 앞둔 자네의 인생에서 좋은 도전이 될 거야. 이번 기회를 잘 잡도록 해. - 영화 '나의 서른에게' ​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분명 앞자리가 바뀌는 게 처음이 아닐 텐데 뭐 그리 유난인지 주변 한숨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엄청난 일이 일어난다거나 갑자기 불행에 빠지지 않을 거란 걸 알면서도 주변에서 들려오는 불안에 가끔은 정말 그런가 싶기도 했다. ​ 스물아홉, 이십 대를 마무리 지으며 한편으로는 삼십 대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하지만 이를 알려주는 이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사회는 그저 겁을 안겨주며 우리를 부추겼고, 우리는 건네받은 겁을 들고선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결국 우리는 애매한 어른이 되어버렸구나.. 2022. 1. 6.
유럽 3-5.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Austria Salzburg🇦🇹 다시 잘츠부르크로 돌아온 우리는 오스트리아의 마지막 날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고민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일단 발걸음을 옮겨 숙소를 나왔다. 앉아서 고민하는 시간조차 우리에겐 소중했기에 하나라도 눈에 담아 가자는 마음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발걸음 닿는 대로 흘러가다 보니 이름 모를 공원이 눈앞에 나타났다. 잔잔한 분위기의 공원에 햇빛이 은은하게 퍼져가고 있었다. 빛을 따라 거닐며 옆쪽을 봤더니 굳게닫힌 철창 틈으로 또 다른 공원이 보였다. 아, 여기가 미라벨 정원이구나.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왔다는 곳이 여기었나 보다. 하지만 이리저리 둘러봐도 굳게 닫혀있는 문에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머뭇거리고 있었다. 당황스러운 감정이 채 가시기 도전에 일행 중 한 명이 철창 옆 쪽문으로 들어갔다 나오는 사람.. 2022. 1. 4.
영화 :: '털' 후기 ​ ​ 모든 것은 털로부터 시작됐다. 털이 생긴다면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거란, 원하는 걸 모두 얻어낼 수 있을 거란 믿음에 수많은 나날들을 갈아 넣어 털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만들어낸 털은 나의 열등감이었다. ​ 그렇게 욕심은 자랐다. 우리가 바라던 아름다운 모습대로 자라준다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어그러진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나려 하겠지. 당신의 욕심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어쩌면 그 욕망에 눈이 멀어 타인을 제멋대로 해석하려는 걸 수도 있겠다. ​ 또다시 변수를 만들어가고 있다. 외부의 변수는 인정하지 않으려 하면서도 스스로의 욕심으로 만들어낸 변수는 타인에게 들이미는 이기심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으랴. 어떤 욕망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도 아름답지 못한 욕망을 어떻게든 뽐내려던 당신에.. 2022. 1. 3.
영화 :: '지구를 지켜라' 후기 ​ ​ 변할 수 있을까. 애초에 인간의 이기심으로부터 지구를 구해낼 수 있을까. 욕심을 해결하기 위해 타인을 갈아 넣어 생존하는 세상이다. 좀 더 나은 삶을 살아보자는 마음에 꾸역 걸리며 살아냈던 삶은 소중한 것마저 하나씩 잘라가기 바빴다. 이제는 존재조차 성가셔진 나는 팔다리조차 당신들의 몫인 듯 찢겨나가고 있다. ​ 잘못한 건 어느 것도 없다. 어쩌면 열심히 살아온 대가가 고작 이거인가라는 절규의 값일지도 모른다. 그저 갈려나가야 할 존재들이 부르짖는 그 모습은 그저 성가신 소음이었겠구나. 모두가 평등하다 배웠던 세상은 지독히도 불공평했다. 단지 사람들의 입막음을 위해 공정한 척 가식을 덮고 있었을 뿐. ​ 배운 것이라곤 타인에게 이용되는 방법뿐이다. 스스로를 지켜내는 법을 배운 적조차 없는 우린 그.. 2021. 12. 28.
영화 :: '미저리(Misery)' 후기 ​ 미저리는 온전한 나의 행복이었다. 그녀는 칠흑 같던 나의 삶에서 벗어나게 해주던 유일한 수단이었다. 그런 미저리를 당신이 죽여버리다니. 나의 남은 삶조차 죽여버린 당신을 결코 용서할 수 없다. 분명 많은 것을 바란 게 아님에도 주저하던 당신의 태도에 환멸을 느낀다. 나는 그저 당신의 미저리에 영원을 선물하고선 당신과 함께하려 했을 뿐이다. ​ 그럼에도 당신은 나를 경멸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미저리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주었음에도 머뭇거리는 당신의 모습은 나를 분노케했다. 당신의 수많은 팬들을 대신하는 나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당신은 그저 당신의 욕심만 채우기 바쁜 여느 작가와 다를 바 없는 사람이구나. ​ ​ ​ ​ 공포만이 남은 평화로운 차분함에 숨이 막혀온다. 나를 위한다던 .. 2021. 12. 22.
영화 :: '조디악(Zodiac)' 후기 ​ ​ 무차별적 살인이다. 그 대상도, 이유도 알 수 없던 사람들이 무심하게 죽어 나가고 있었다. 어쩌면 우리의 두려움은 일상 속에 자리 잡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떠들어대던 어설픈 진실은 우리를 두려움으로 내몰기 충분했다. ​ 당신은 결코 나를 찾아내지 못할 테지. 평범이라는 탈을 쓴 채로 당신들 속에 섞여들어 서로를 의심하는 모습에 이에 설레온다. 하찮게 바라보던 당신들의 시선을 공포에 담가두는 행위를 멈출 생각은 없다. 막연한 두려움이 커져갈수록 당신들의 삶을 쥐고 있다는 희열감에 몸서리쳐지는 걸 보니 지하실에 넣어질 것들이란 어쩌면 당신들의 두려움일지도 모르지. ​ 하나의 피사체에 불과하던 내가 처음으로 세상의 주인공이 되었던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조디악이라는 이름이 세상 곳곳에서 들려올.. 2021. 12. 14.
참고하기도 참고 하기도 싫었다 창밖에서 들어오는 따사로운 햇살에 비해 몸 끄트머리의 모든 것들이 아려오는 날이다. 바닥에 닿은 빛을 따라 거슬러올라 창문을 열었다. 바깥공기도 추위에 꽤나 지쳐있는지 창틀을 굳게 잡고 선 꾸역꾸역 고개를 들이밀고 들어왔다. ​ 알싸한 공기 속 느슨해진 긴장의 틈으로 새어들어와버린 불청객이 뜻밖의 불안을 만들어냈다. 초대한 적 없는 손님은 그렇게 우리를 휘저어대고 나서야 사라졌고, 냉랭한 침묵이 감도는 이곳은 어쩌면 바깥보다 추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참고하기도 참고 하기도 싫었다. 당연시 여겨졌던 것들이 언제부터 당연한 것이었는가. 게으름이 익숙함이라는 핑계를 대고선 당당하게 고개를 들이밀고 있었다. 오만한 고갯짓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스스로를 견뎌내야 할 자괴감에, 무뎌져버린 듯 따라 움직.. 2021. 12. 8.
목표가 타인을 향할 때 모든 사람들은 실패를 경험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수많은 경험을 하면서 같은 실패를 하게 될지라도 그것에서 얻어 가는 것은 각기 다르다는 것에 우리는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유사한 경험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나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 전문가들이 최악의 상황을 말했음에도 빠른 시간 안에 과거만큼, 혹은 과거보다 더 큰 성과를 이룩해낸 집단이 있는 반면, 분명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풍부함에도 그 자원을 활용하지 못하고 최악을 향해 가는 집단도 있다. 분명 인간이 당장 극복하기엔 크나큰 실패라는 유사성을 지님에도 전혀 다른 결과가 도출되었다. 우리는 이들이 실패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는 가에 대해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 살아가면서 대부분의 도전에 실패를 경험하는 것은 당.. 2021. 12. 6.
읽기 좋은 책 :: '2030 극한 경제 시나리오' 후기 인간은 어느 시대든, 어느 장소에서든 화폐를 만들어냈다. 다만 그 형태는 시대에 따라 공간에 따라 가치와 편의에 의해 달라질 뿐이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실물 화폐는 달러라는 사실은 모두 알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얻는 재화는 달러 혹은 돈이라는 명칭으로 불리는 걸로만 거래되는 것일까. 이미 통용되고 있는 공식적인 화폐가 있음에도 비공식 화폐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 유튜브를 예로 들어보자. 우리는 유튜브에 직접적으로 돈을 지불하지 않고 있음에도 유튜브에 업로드되는 모든 콘텐츠를 볼 수 있다. 유튜브는 분명 표면적인 지불을 요구하지 않으면서도 점점 성장해가고 있고 엄청난 기업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또 그 수익에 어느 정도 기여한 크리에이터들에게 그 대가를 일부 제공하기까지 한다. ​ 공식적인 화.. 2021. 12. 3.
유럽 3-4. 오스트리아 할슈타트 Austria Hallstatt🇦🇹 우리는 끊임없이 내리는 눈을 피해 간단한 점심을 먹기로 했다. 현 대장을 따라 일행들과 함께 현 대장 추천 할슈타트의 케밥 맛집으로 향했다. 우리가 걷던 길 끝에 펼쳐져있는 호수 앞에 조그마한 갑판이 있었고, 그 앞에는 앉아서 먹을 수 있는 테이블 두세 개가 놓여있었다. 우리는 현 대장을 따라 주문한 케밥을 하나씩 받아 들고선 자리에 앉았다. 어느 방향으로 앉아도 아름다운 할슈타트 풍경이 보이는 명당이었다. 아마도 이 풍경이 케밥 맛에 한몫하는듯했다. 우리는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대용량 스리라차 소스를 케밥에 듬뿍 뿌린 뒤 한입 베어 물었다. 케밥은 맛있었고, 우리는 행복했다. ​ 하늘을 숨기고 있던 구름들이 하나둘 어디론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케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 맑아진 하늘 위 .. 2021. 1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