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440 출판작업 기록 :: 표지 레퍼런스 찾기 원고를 출판사에 넘긴 후에 표지 레퍼런스를 모으고 있다. 출판 방식 중에서도 자비출판은 다른 출판 방식보다 돈이 많이 드는 편이니 당연히 내가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적을 것이란 생각을 했더랬다. 사실 이건 내 책이고, 나보다 이 책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음에도 무슨 이유로 이런 생각을 하게 됐을까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다. 그렇게 나는 무지했고, 또 안일했다. 레퍼런스는 핀터레스트를 참고했다. 표지작업때문에 처음으로 사용해본 핀터레스트에서 다양하고 기발한, 하지만 표면적 단순함은 놓치지 않은 표현방식을 꽤 많이 찾을 수 있었다. 어떻게 전달드려야 이런 느낌을 살린 표지를 받아 볼 수 있을까. 물론 나에겐 첫 출판 경험이고, 출판사는 수많은 출판 경험이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상대에게 모호하게 .. 2022. 3. 4. 좋은 의도가 항상 좋은 결과를 낼 수 없었다 추위가 서서히 누그러지고 있다. 호기롭게 목도리를 두르지 않고 마주한 오늘 아침 바깥공기는 여전히 차가웠다. 그저 무뎌졌을 뿐, 사라지진 않았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나 보다. 섣부른 판단에 옷을 다시금 주섬 거리며 여몄다. 나는 어리석게도 옳다고 믿었던 것들이 사실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여 걸쳐 꾸역꾸역 경험했더랬다. 나뿐만 아닌 모든 이들이 이런 과정을 견뎌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이 과정 속에서는 그 누구의 위함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기에 타인의 삶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으려 하지만 가끔은 나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인가 싶은 마음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오곤 한다. 좋은 의도가 항상 좋은 결과를 낼 수 없었다. 당신이 말하는 좋은 의도조차 타인의 희생이 있기에 가능했다는 걸.. 2022. 3. 3. 유럽 4-9. 체코 프라하 Czech Republic Prague🇨🇿 프라하는 벌써 해가 뉘엿뉘엿 내려가고 있었다. 오늘이 벌써 우리가 일행으로서 함께하는 마지막 밤이라니. 말로 표현하기 애매하게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가 처음 동행하게 된 그날, 그저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조금 더 안전하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뿐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그랬겠지. 어쩌면 미지의 장소에 대한 우리의 두려움이 이곳까지 함께 할 수 있도록 해 준 걸 지도 모른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던 우리는, 그때만 해도 함께하는 시간이 지나 서로 다른 목적지에서 홀로 거닐게 될 이 순간을 기다렸을지도 모른다. 좋은 기억 속에서 함께였기 때문일까. 아마 나의 기억 속 이들은 영원히 이 모습 그대로 남아 줄테지. 그들의 기억 속 나 또한 이 순간의 모습으로 머물고있겠지. 우리는 .. 2022. 2. 25. 유럽 4-8. 체코 프라하 Czech Republic Prague🇨🇿 우리는 지하철을 타고 프라하 구시가지로 향했다. 여전히 구름은 하늘을 가리고 있었지만 그래도 어제보다는 조금 밝아진 하늘이다. 구시가지에 도착한 우리는 울퉁불퉁한 돌바닥에 발을 디뎠다. 점차 푸르러진 하늘 아래 펼쳐져있는 구시가지에서 인형탈을 쓰고 아이들을 이끌던 이와 양팔을 가득 벌려 그물로 비눗방울을 만들어주던 이에게 잠시 동안 빼앗겼던 시선을 다시 돌려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틈으로 향했다. 약속이라도 하듯 여러 개의 건물이 한 공간을 둘러싸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 번화가 한가운데에 위치한 광장이 익숙지 않은 한국인이었다. 구시가지에는 그야말로 관광지였다. 이곳에는 우리가 프라하에서 꼭 보리라 다짐했던 것들이 한곳에 모여있었다. 광장을 둘러보며 사진 찍는 동안 일행 중 몇 명은 인형탈을 쓴 사.. 2022. 2. 24. 영화 :: '퍼스트 리폼드(first reformed)' 후기 우리와 맞닿아있는 모든 것은 흐른다. 그렇게 흘러간 것들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걸까. 그렇게 우리의 삶은 당연하지 않은 것들을 당연시 여겨가며 이어지고 있었다. 길에 눌어붙어 이미 엉겨버릴 대로 엉겨 붙은 피는 어느새 그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들어졌고, 우리는 누군가의 피로 물든 가죽신을 신고서 피로 닦아낸 길을 무참히 짓밟고 나아가고 있었다. 그 발자국에 붙어 끝없이 늘어진 피비린내는 바닥에 짙게 가라앉아 그 아래를 메우고 있었다. 당신은 선한 존재인가에 대한 스스로의 고찰 이전에 당신이 편안한 의자에 앉아 이러한 생각을 할 수 있을법한 한낱 안락함을 위해 당신이 미처 인지조차 하지 못한 수많은 삶이 갈려 들어갔다. 스스로의 추악함을 숨기기 위해 그럴듯한 신념으로 포장하는 이들에게 역겨움을 느.. 2022. 2. 23. 출판작업 기록 :: 쉬운 건 없었다 20대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출판 작업을 시작했다. 기존에 쓰던 블로그의 글을 별개로 하고 출판을 위한 글을 써보겠다는 패기는 1년의 시도 끝에 사그라들었고, 그동안 써둔 글에 눈을 돌렸다. '생각보다 많은 글을 써뒀구나'라는 생각과 '이 글을 그대로 출판해도 되는 걸까?'라는 생각 사이에서 몇 달 동안 고민을 했더랬다. 일단 그나마 나은 글들을 몇개 추려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추려낸 글들도 써 내려간 지 좀 된 글이었기에 처음부터 하나하나 읽어보며 문장을 다듬고, 때로는 글 전체를 뒤엎기도 했다. 그렇게 4차례에 걸쳐 퇴고의 작업을 거쳤고, 지인의 도움을 받아 교정/교열작업도 마무리가 되었다. 사실 전체 글을 더 다듬을수있다면 좋겠지만 원고 작업이 처음이라 그런지 더 이상 글을 읽으며 다듬을 정신력이 .. 2022. 2. 21. 유럽 4-7. 체코 프라하 Czech Republic Prague🇨🇿 오늘도 아침을 알리는 룸메들의 알람을 뒤로하고 무거운 눈꺼풀을 꾸역꾸역 들어 올렸다. 그래도 시차 적응조차 하지 못해 새벽 내내 뜬눈으로 지새우고서 남은 몇 시간 겨우 눈 붙였던 파리에서의 지난날을 떠올려보면 지금은 그때에 비해 확실히 유럽의 시간에 적응됐다는 게 느껴졌다. 일으켜야 하는 몸은 여전히 무거웠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그때에 비해 일어날만한 편이었다. 먼저 조식을 먹으러 다녀온 룸메들이 하나둘 방으로 들어왔다. 함께하는것보다 조금 더 게을러지길 택했던 나는,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음을 깨닫고선 몸을 일으켜 간단히 씻었다. 여전히 무겁게 느껴지는 몸에 걸쳐진 신발조차 무겁게 느껴져 신발을 신는다기보단 끌고서 조식을 먹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니 조식을 먹기 위해 내려온.. 2022. 2. 18. 유럽 4-6. 체코 프라하 Czech Republic Prague🇨🇿 그렇게 우리는 트램을 타고 숙소 앞까지 도착했다. 이미 어두울 대로 어두워진 프라하의 거리였지만 이대로 들어가기 아쉬워 머뭇거리다 결국 누군가 간단히 맥주 한잔 하자는 말에 가까운 펍을 찾아 나섰다. 우리가 머물던 숙소는 프라하 중심부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곳이었기에 지도를 켜놓고도 한참을 뒤적거려야 했다. 그러던 중 현 대장이 말한 숙소 앞 조그마한 펍을 알고 있다 했다. 우리는 망설임 없이 그 펍으로 향했다. 건널목을 건너자마자 우리 앞에 열려있던 조그마한 펍은 은은하게 어우러진 조명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우리는 펍에 들어가 이곳에 언제까지 있을 수 있는지 물었다. 직원은 고갤들어 우리를 힐끗 보더니 한시라는 무뚝뚝한 대답을 하며 다시 시선을 돌렸다. 뭐 이젠 이런 것에 익숙해졌으니 남은 우리의 .. 2022. 2. 17. 사유 없는 열정 사회적으로 열정의 존재는 비판 없이 긍정적인 요소로 받아들여진다. 열정의 장점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반대로 이것이 언제나 긍정적인 작용을 하는가에 대해서는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회는 왜 열정을 긍정적인 요소로 규정하였는가에 대한 이유를 역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여러 나라의 역사를 볼 때에 누군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고, 그것이 홀로 해내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울 때 열정을 교묘히 이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열정이란 이유만으로 당연시되어버린 것들이 상식으로써 충분히 고려되어야 하는 것들조차 쉽게 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당장 먹고살기 힘들어진 독일 사람들에게 사유를 하는 것은 사치일 뿐이었다. 이러한 상황과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던 그들의 분노를 이용해.. 2022. 2. 16. 영화 :: '퍼펙트 블루(Perfect Blue)' 후기 너는 누구일까. 나를 덮어쓰려던 너는 무슨 이유 때문에 나를 앗아가려 했던 걸까. 당신들이 부르짖으며 부정하려 했던 그 모습이 어느 순간 내 안에 파고들었다. 그렇게 잘려나간 과거는 현재를 부정하기 바빴구나. 나는 누구일까. 과거를 부정한다 해서 존재조차 거짓이 되어버리는 걸까. 그저 조금 더 나은 삶을 바라는 것이 이렇게나 비난받을 일인가. 단지 열심히 살고 싶었을 뿐이었다. 점점 가까워져오는 날카로운 소리를 피하려 고개를 돌려보지만 귓가에 맴도는 소리는 이미 현재를 따라잡고 있었다. 욕심이었을까. 하고픈 일을 하며 사는 삶을 동경했기에 도착한 이곳이었다. 현실을 외면하며 꾸역꾸역 도착한 이곳에서 결국 현실을 마주할 줄이야. 세상은 생각했던 것보다 아름답지 않구나. 현실에 물들어가는 내 .. 2022. 2. 14. 유럽 4-5. 체코 프라하 Czech Republic Prague🇨🇿 우리는 중심부에서 조금 벗어나 위치한 스시집에서 프라하에서의 하루를 나누다가 밤이 더 깊어지기 전에 숙소로 향하기로 했다. 날이 이미 어두워졌으니 우버를 타고 숙소로 가려다가 프라하의 야경을 단숨에 지나치기 아쉬워 트램을 타고 가기로 했다. 우리는 구글맵을 켜고 트램 정류장으로 향했고, 쌀쌀한 공기는 우리를 슬쩍 스치고 지나쳤다. 아무래도 프라하의 중심부가 아니다 보니 지나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우리는 간간이 세워져 있는 은은한 가로등 불빛 사이로 지나쳐 정류장에 도착했고 이윽고 도착한 빨간 트램에 올라탔다. 유리창 너머 트램길을 따라 걸어가는 사람들조차 하나의 풍경이 되어 우리의 눈에 담겼다. 트램에서 느낄 수 있는 운치는 우리가 이곳을 조금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여운을 담아주었다. .. 2022. 2. 10. 2021. 12. 월간 글노트 벌써 한 해의 마지막달을 지나고 있다. 덩달아 지나고 있는 나의 20대는 여전히 아쉬움을 머금고 있다. 물론 다시 돌아갈 마음이 있다는 말은 아니지만. 무엇이든 아쉬움을 남길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아쉬워질 뿐이다. 우리는 여전히 현재를 살아가면서도 새어 나오는 아쉬움을 흘리며 다닌다. 우리가 지나온 거리에 흩뿌려져있던 아쉬움을 주워 담을 순 없겠지만 그 아쉬움에 대해 또 다른 아쉬움을 덧대지 않았으면 한다. 과거의 아쉬움을 바라보고만 살기엔 현재라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졌고, 지금도 스쳐 지나가고 있는 현재조차 어느 시점부턴 또다시 과거로 변해갈 테니. 쌓여가는 시간만큼 아쉬움도 덩달아 쌓여가는 걸 막을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살아가야 하는 우리는 아쉬움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의지와 달리 .. 2022. 2. 9. 이전 1 ··· 6 7 8 9 10 11 12 ··· 3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