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440 유럽 6-1. 체코 프라하 Czech Republic Prague🇨🇿 프라하에 도착했다. 부다페스트에 있는 동안 숙소 찾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여전히 머릿속에 남아 부다페스트에 있는 동안 예약해뒀던 숙소를 취소하고 구시가지 중심부에 있는 숙소로 다시 예약을 했다. 그래도 프라하에서 며칠 지내봤는지 꽤 능숙하게 숙소로 가는 길을 찾았더랬다. 저녁 비행기를 타고 프라하에 도착하니 수속 밟고 공항을 나오니 시간은 자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고 밖은 이미 어두워질 대로 어두워져 있었다. 그렇게 우리가 공항버스를 타고 구시가지에 내렸을 때 시간은 자정을 향해 가고 있었다. 프라하의 늦은 밤거리는 어두웠다. 듬성듬성 놓여있던 노란빛은 멀리서 보면 은은한 야경이 되어줬지만, 당장 이 거리를 지나가야하는 이방인의 두려움을 지워주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 것들도 그 안에.. 2022. 6. 8. 🇦🇺 D-19 두려움이었다 워홀을 떠난다 하면 받는 여러 가지 질문들이 있다. 무작정 다 두고 떠난다기엔 두고 가는 것들이 꽤 많기 때문에 이런 리스크를 감안하고서라도 떠나려 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그렇기에 이런 질문은 그들이 만들어낼 수 있는 수많은 걱정의 형태 중 하나겠지. 모순적인 부분이 있다면 당차게 워홀을 다녀와야 한다 말하면서도 워홀에 가서 무얼 얻어오고 싶냐는 질문엔 막연한 대답조차 하기 어렵단 사실이었다. 그저 영어, 경험이라 말하기엔 그것보다 얻어올 수 있는 게 많을듯하고, 잘 모르겠다 대답하기엔 이미 워홀을 경험한 사람들이 남긴 수많은 경험담이 세상에 널려있었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조차 명확한 대답을 내밀 수 없던 이 질문에 끊임없이 물음표를 던져보게 됐다. 왜 나는 워홀을 떠나려 하는 .. 2022. 6. 7. 유럽 5-11. 헝가리 부다페스트 Hungary Budapest🇭🇺 벌써 부다페스트에서의 마지막 날이라니. 오늘은 하늘에 구름이 꽤 얹어져 있었지만 그 나름대로 분위기 있었다. 우리는 조식을 먹고 체크아웃을 하고선 토카이 와인을 사기 위해 세체니 다리 너머 그레이트 마켓 홀로 향했다. 시장이라 하기엔 크고 깔끔했던 이곳에선 구경할만한것들이 여기저기 있었다. 기본적인 식재료부터 한국에서는 흔치 않은 파프리카 가루, 거위 간 통조림 등이 있었고 그 옆에는 토카이 와인들이 줄지어있더랬다. 이때까지 나는 토카이 와인을 살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술을 잘 마시지 않는 편이기 때문에 한국까지 가져간다 해도 마시지 않을 것 같단 생각 때문이었을까. 어디서 사야 할까. 이방인인 희 언니와 나는 시장 안을 이리저리 헤매며 가격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아무리 검색해도 블로그에 나.. 2022. 6. 6. 🇦🇺 D-23 퇴사 첫 주 퇴사 다음날이 빨간 날이라서 그런가. 며칠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긴 주말같이 느껴진다. 워낙 잡순이라 약속 없는 날엔 굳이 집 밖을 나가지 않아 평일인지 주말인지 그 경계가 모호하게 다가온다. 그렇게 나는 코로나로 격리했던 그 생활을 며칠간 거의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 영상편집해야 할 것들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당장 레이블 멤버들과 함께했던 촬영보 편집 마감일이 다가오고 있으며, 지인 결혼식 영상편집도 빠르게 해내려 하고 있다. 이 외에도 일주일에 한 번씩 올라가야 하는 영상들, 그 사이에 틈틈이 플레이리스트 만들어 올릴 곡들도 수집하고 있기도 하고. 겸사겸사해보고 싶은 일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퇴사를 하고 시간이 생기니 어찌어찌 다른 일거리들이 생기는 걸 보니 적어도 난 굶어죽진 않겠다.. 2022. 6. 3. 🇦🇺 D-26 퇴사 퇴사를 했다. 내일채움공제때문에 꾸역꾸역 다녔는데 드디어 퇴사 날이 오는구나. 시원섭섭 중에 섭섭은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모든 직장인들이 그렇겠지만 퇴사는 그저 시원함만 줄 뿐. 퇴사하는 날조차 왜 이리 해야 할 일이 많은지 모르겠다. 분명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꼭 비효율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분들 덕에 퇴사하는 날까지 머리가 지끈거린다. 어느 유튜브 영상에서 자신의 실수령액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단 말을 듣고, 내가 지금까지 받았던 실수령액을 적어보기 시작했다. 다행히 오래전 다녔던 알바조차 거래명세서를 메일로 보내주던 곳이라 오래된 메일함에서 그 메일들을 찾을 수 있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나 참 꽤 오래 일했구나. 고3 수능이 끝난 그 해 11월부터 지금까지 6개월을 .. 2022. 5. 31. 유럽 5-10. 헝가리 부다페스트 Hungary Budapest🇭🇺 야경투어가 끝나고 이대로 들어가긴 아쉽단 생각이 들어 희 언니와 유명하다던 까마귀 식당을 가보기로 했다. 우리는 은은한 빛을 내뿜는 건물 사이를 거닐며 식당으로 향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까마귀 식당에 도착했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이곳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우리는 직원이 안내해 주는 자리에 앉아 메뉴판에서 눈에 띄는 메뉴 두 개와 토카이 와인을 한 잔씩 주문했다. 헝가리에 있는 동안 토카이 와인을 많이 마셔두자는 생각에 어느 곳을 가든 항상 토카이 와인을 주문하는 우리였다. 곧 주문한 와인이 우리 앞에 놓였고 경쾌한 소리를 내는 와인잔을 들고선 한 모금 들이켰다. 분명 같은 토카이 와인임에도 가는곳마다 맛이 조금씩 다르다는 게 신기했다. 와인을 잘 아는 편도, 맛에 예민한 편도 아니지만 충분히 .. 2022. 5. 27. 🇦🇺 D-31 커먼웰스 오류 이제 하나하나 정리되어가고 있다. 오늘은 시간이 좀 생겨 커먼웰스 계좌를 만들어 두기로 했다. 대부분 2~3주 전에 신청해두고선 출국을 한다던데 3주나 4주나 별 차이 없겠지. 근데 웬걸, 계속 오류가 뜬다. 혹시나 해서 '커먼웰스 오류'라 검색해 보니 나만 이런 오류가 뜨는 게 아니었나 보다. 여러 번 시도하다가 계좌개설한 사람도 있고, 포기하고선 호주 입국 후 만든 사람도 있단다. 아마 나는 후자가 되지 않을까 싶다. 생각해 보니 어차피 호주 입국 후 만들 거라면 다른 은행 계좌를 만드는 것도 괜찮은듯싶었다. 커먼웰스뱅크의 장점이라면 입국 전 한국에서 만든 후 현지에서 카드를 찾아 바로 쓸 수 있다는 건데, 이게 안된다면 꼭 여기서 만들 필요는 없지. 호주는 계좌 유지비라는 게 있는데, 말 그대로 계.. 2022. 5. 26. 유럽 5-9. 헝가리 부다페스트 Hungary Budapest🇭🇺 우리는 성당 앞에서 신청해두었던 야경투어 가이드님을 기다렸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동안 퍼져가는 여운은 마음 한편 아쉬움을 품어보기 충분했다. 우리는 여행사 로고가 크게 붙어있는 차에 올라타 차 안에 울려 퍼지는 헝가리 무곡을 배경 삼아 짙어진 저녁 하늘 속으로 들어갔다. 세체니 다리를 지나 오르막길에 올라 부다성쪽에서 차가 멈춰 섰고, 우리는 가이드분을 따라 경사로의 끄트머리로 향했다. 그곳 난간 너머로 펼쳐진 부다페스트의 야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었고 우리의 시선은 한동안 그곳에 머물러있었다. 여러 번 찍어도 부족한듯한 기분을 채울 수 없던 나는 계속해서 카메라의 셔터를 눌렀다. 가이드님은 이제 시선을 거둬들이고 다른 곳도 둘러봐야 한다고 했다. 아쉬움을 남겨둔 채로 오르막길을 오른 우리는.. 2022. 5. 25. 🇦🇺 D-33 시드니가 아닌 멜버른을 선택한 이유 레쥬메... 써야지 해놓고 이제야 양식 찾아보고 있다. 기본적인 틀조차 잡아두지 않으면 출국 전까지 정말 아무것도 만들어 두지 않고 나갈 것 같아서 이제라도 끄적여보기로 했다. 호주에서 잡 구하는 건 한국과 다르게 온라인 지원보다 오프라인 지원이 더 많은듯했다. 종이이력서를 들고 무작정 나 고용하라고 들이미는 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메일로 지원하면 거의 열어보지 않는다니 어쩔 수 없지. 알바 지원할 때 내던 이력서 양식이 꽤 오랜만이다. 이것저것 그동안 일했던걸 써넣었더니 새삼 끊임없이 일했구나 싶었다. 이제는 베어버린 습관처럼 호주 가서도 동네를 둘러보기보다 바로 일부터 구할 생각하고 있으니 말 다 했지 뭐. 얼마 전 시드니에 도착한 친구의 말에 의하면 일구하는 것보다 쉐어구하는게 더 어렵다고 하더라.. 2022. 5. 24. 유럽 5-8. 헝가리 부다페스트 Hungary Budapest🇭🇺 우리는 어제의 기억을 뒤로하고, 혜의 여행 계획에 숟가락을 얹어보기로 했다. 혜와 함께 성당을 둘러보고, 또 골목골목 다니면서 사진을 남겼다. 그렇게 우린 어제와 다른 여유를 즐겼다. 평화로웠던 이날의 부다페스트는 우리를 따스하게 맞아주고 있었다. 날이좋아서그런지 옹기종기 모여있는 카페 밖 테라스에는 사람들로 꽉 채워져 있었다. 이 길을 쭉 따라가다 보면 있다던 광장에서 커다란 초록 인형탈이 보이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그 주변을 둘러싸고며 따라가고 있었다. 끝이 뾰족했던 체코의 건물들과는 달리 동그란 지붕이 얹어져 있던 부다페스트의 건물은 노란빛을 띠며 은은한 분위기를 풍겨내고 있었다. 우리는 줄줄이 늘어져있던 식당 중 한 곳에 들어가 점심을 먹고 나왔다. 그러고선 혜가 찾아온 카페까지 소화시킬 겸.. 2022. 5. 23. 영화 :: '인사이드 르윈(Inside Llewyn Davis)' 후기 당신은 누군가를 한평생 동안 사랑해 본 적 있는가. 운명이란 단어가 무색해질 정도로 지독한 외사랑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이 기분이 나를 저 아래 끝까지 끌어내고 있었다. 그저 음악이 좋았을 뿐이다. 욕심이라곤 무대 위에서 내 음악이 마음껏 뛰노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단지 좋아서 시작했던 음악에 옥죄어질 줄이야. 좋아하는 이유가 없듯 괴로운 이유 또한 그 어디에도 없었다. 사랑한다 해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있겠는가. 어쩌면 나 또한 음악의 모든 것을 사랑하진 못했을지도 모른다. 누구를 위한 예술인가에 대한 질문에 나는 사라진지 오래,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그 자리는 이미 타인이 꿰차고 있었다. 그렇게 날아오르고자 시작했던 음악은 결국 내 발목을 붙들었다. 넘어지고 또 넘어지면서도 바.. 2022. 5. 20. 읽기 좋은 책 ::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후기 환상이 절실히 필요하게 되는 순간 그 어떤 지식이나 지성도 다 무용지물이 된다. - 솔 벨로 Saul Bellow 인간은 현실적인 선택을 선호한다. 현실적인 선택을 했을 경우 이상적인 것에 도달하기 위해 들여야 하는 에너지보다 적은 에너지를 들여 자신이 원하는 선택의 결과를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현실이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는 상태일 때만 적용된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인간은 극한의 상황으로 밀려나 더 이상 자신의 노력이 스스로에게 어떠한 영향력도 지니지 못할 거라는 판단의 결론을 내려버린 순간부터 이상을, 아니 이상조차 넘어버린 환상을 갈망하게 된다. 우리가 보기엔 그 내용이 어떤 방식이든 말이 되지 않는다 해도 극한에 처해진 인간은 자신의 이성을 외면해버린다. 그렇게.. 2022. 5. 19. 이전 1 2 3 4 5 6 7 8 ··· 3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