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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45 워홀 비자 승인 오늘 출근해서 일하고 있는데 구글 메일 알람이 떴다. 호주 이민성은 로그인만 해도 성공적인 로그인이 됐다며 메일을 보내는데 흘긋 보니 제목에서 뭔가 좀 다른 단어들이 보였다. 비자 승인 났나? 다들 신체검사하고 나서 하루 이틀 만에 비자 승인 났다던데.. 아무리 주말에 신체검사를 했다지만 평일이 4일씩이나 지나고 있으니.. 성공적인 로그인 메일 말곤 받은 게 없어 걱정하고 있던 때였다. 드디어 나도 비잖아온 건가. 메일을 열었다. 이리저리 읽어봐도 비자 승인 났다는 내용이었다. 첨부파일에 있는 Working Holiday 옆 Grated가 한동안 눈에 아른거렸다. 드디어 또 하나 해결했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면서 웃음이 났다. 나 정말 가는구나, 실감되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물론 도착해서 다시.. 2022. 5. 17.
유럽 5-7. 헝가리 부다페스트 Hungary Budapest🇭🇺 길고 길었던 어제 하루를 정신없이 보내서인지 숙소에 들어와 눕자마자 잠이 들었나 보다. 눈을 떠보니 나도 모르는 하루는 이미 시작되어있었다. 한껏 게을러진 우리는 서로 먼저 씻으라며 한껏 서로의 게으름을 뽐냈다. 그렇게 얼마 동안 나름의 눈치게임을 하다 혜를 만날 시간이 다가오자 아직 무거운 몸을 이끌고 각자 준비를 마쳤다. ​ 예상보다 빠르게 준비한건지 시간이 조금 남아 조식을 먹고 혜를 만나러 가기로 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기다리던 중, 숙소 창문 너머로 보이는 부다페스트의 하늘은 유난히 맑았다. 공허했던 숙소 1층은 어제와 다르게 음식과 사람으로 가득 차있었다. 우리는 접시를 하나씩 들고선 간단하게 먹을만한 것들을 담아 이곳 끄트머리에 있는 테이블로 향했다. 생각보다 조식은 맛있었다. 어제 .. 2022. 5. 16.
🇦🇺 D-49 비자 신체검사 벌써 신체검사 예약해둔 날이 다가왔다. 분명 코로나 때문에 한 달을 또 미뤄둔 건데 벌써 이날이 올 줄이야. 시간 너무 빨라. 우리 집에서 요양한다며 드러누워있는 동생과 아침으로 에그 드롭을 시켜 먹었고서도 여전히 속이 허한 느낌이 들어 냉동실에 있던 감자튀김을 에어프라이어에 돌렸다. 그렇게 감자튀김까지 먹고선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왔다. 며칠 동안 구름 한 점 없더니 오늘 그 구름 찬스를 한 번에 몰아 쓰려는 건지 하늘색이 손톱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간당간당하게 도착한 비자 신체검사 장소는 내가 예상했던 것에 비해 한산했다. 분명 두시 예약임에도 신체검사하러 온 사람이라곤 가족 한 팀뿐이었다. 이젠 해외여행 제한도, 마스크 제한도 꽤 완화된 편이라 워홀 가려는 사람들도 많을 줄 알았는데 아.. 2022. 5. 13.
멈춰버린 도덕 당신의 세대는 어떤 업적을 남겼는가. 그리고 그 업적이 당신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당신들이 일궈온 땅에서 우리 세대는 자라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니 한편으론 지금 세대가 고생하지 않는다는 당신들의 말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그러나 고생을 하지 않는다 해서 고민조차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모든 세대는 각자의 방식으로 고통을 짊어지고 있다. 당신의 세대가 성실함이라는 방식으로 고통을 짊어졌다면, 우리의 세대는 끊임없이 고민하는 방식으로 짊어지고 있다는 말이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서로 다른 세대를 살아내는 방식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언뜻 보면 고민하는 행위란 표면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비칠 수도 있다. 가시적으로 보였던 당신 세대의 .. 2022. 5. 12.
유럽 5-6. 헝가리 부다페스트 Hungary Budapest🇭🇺 부다페스트에 도착해서부터 고생만 하다가 밤 10시를 맞이했다. 우리는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 바로 옆에 있던 '서울의 집'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느껴지는 한국의 80년대 풍경이 왜인지 모르게 반가웠다. 우리는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뒤적이다 설렁탕을 두 그릇 주문했다. 뽀얀 설렁탕을 예상했던 우리는 생각보다 투명했던 그 국물에 살짝 당황했더랬다. ​ 아무렴 어때. 고생한 우리를 위해 소주와 맥주를 한병씩 시켰다. 필스너로 만들어 먹는 소맥은 정말 달았다. 술을 좋아하는 편도, 자주 마시는 편도 아닌 내가 술이 달게 느껴질 정도면 오늘 하루 힘들긴 했나 보다. 설렁탕에 밥 한 공기씩 말아 반찬으로 나온 깍두기와 함께 입을 가득 채웠다. 맛은 설렁탕보다 갈비탕에 가까웠지만 알고 있던 그 흔.. 2022. 5. 10.
유럽 5-5. 헝가리 부다페스트 Hungary Budapest🇭🇺 가로등이 듬성듬성 놓여있던 오르막길 중턱에 언니를 홀로 두고선 빠르게 내려와 숙소 담당자가 알려준 곳으로 향했다. 이미 어두워질 대로 어두워진 부다페스트는 가장 아름다운 야경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었지만 그조차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몸과 마음이 지쳐있었던 우리였다. 애매하게 놓여있던 구글맵의 빨간 핀 주변을 맴돌며 근처에 있던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도 했지만 모르겠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 몇차례 그 주변을 헤매고 있을 무렵,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혹시 찾았냐며 조심스레 물어보던 언니의 목소리에서 직감적으로 무슨 일이 있구나 싶어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봤지만 언니는 내가 걱정이라도 할까 싶어 아니라고 괜찮다는 대답을 했다. 결국 나는 언니가 걱정돼 우리가 있던 곳으로 다시 돌아왔다. ​ 언니에게 자초지.. 2022. 5. 9.
🇦🇺 D-55 호주 워킹홀리데이 비자 신청 ​ ​ 여느 직장인의 월요일 아침이 그렇듯 아침부터 분주했다. 가져온 여권과 신분증을 스캔하고 선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금요일에 신청하려 했던 비자였지만 여권을 스캔해뒀던 파일이 없어 오늘에서야 드디어 신청을 할 수 있게 됐다. 여기저기 워홀을 간다고, 준비가 다 되었노라 말하면서 필요한 물건들을 하나둘씩 사들였고, 얼마 전엔 30인치 캐리어도 배송받았다. 웬만하면 한국에서 작성해가라던 리쥬 메도 미리 준비하기 위해 레쥬메 양식도 이리저리 찾아보고 있었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비자 신청 후 진행할 신체검사 일정까지 예약해뒀으면서 비자는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 오전 내내 매달린 끝에 어찌어찌 비자 신청을 끝냈다. 이제 진짜 가는구나 싶었다. 더 빨리 신청을 해도 됐었지만 항공권, 출판 비용 등등 빠져.. 2022. 5. 6.
눈을 감아도 생각은 감기지 않았다 눈을 감아도 생각이 감기지 않던 밤이다. 불 꺼진 방안에 시간을 알려주던 빛만 울려 퍼지고 있다.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졌던 것들이 당연한 게 아님을 잊고 있었다. 인간이란 게 이렇게나 어리석다는 걸 쉽사리 잊어버린다는 것조차 잊고 살아왔더랬다. 그렇게 새삼스러움에 몸서리쳐지던 밤이구나. 오늘의 너와 내일을 기약하는 나에게 그 기나긴 줄의 끄트머리를 내려놓는다. ​ 멀리서 들려오던 메아리에는 무던했던 지난날이 무색할 정도로 먹먹해져온다. 그렇게 낯설어진 오늘에 빠르게 흘러가는듯한 시간에 문득 두려워진다. 한때 스쳐 지나갈 숫자 따위로 여기기엔 새겨진 의미는 생각보다 꽤 깊었나 보다. ​ 생각해 보면 자연의 순리라던 게 이토록 잔인한가 싶을 때가 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날카롭게 들려오는 밤이다.. 2022. 5. 4.
🇦🇺 D-59 앞당겨진 출국 일정 어제 새로 기획한 콘텐츠 촬영을 하기 위해 반차 내고 회의하러 가고 있는데 구글 메일 알람이 떴다. 슬쩍 보니 발신자로 말레이시아 항공이 적혀있었다. 또 광고메일인가 싶어 덮어두려 하다가 뭔가 기분이 이상해 다시 폰을 꺼내 자세히 들여다봤다. 출국 시간 변경? 뭐 비행시간 밀리는 거야 비행기 예약하면 두세건에 한 번은 꼭 걸리더라. 별거 아니구나 싶어 가벼운 마음으로 메일을 읽다 보니 출국 시간이 똑같은 게 아닌가. 갑자기 불안해졌다. 뭐지 싶어 출국 일정표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출국 날짜가 월요일에서 그 전날인 일요일로 바뀌어있었다. 출국할 때마다 항상 뭔가 삐거덕거리곤 하는데 이번엔 젯스타 결항이 끝일 줄 알았지. 제발 무난하게 넘어가면 안 되겠니. 시간이 변경된 경우는 잦았지만 날짜가 바뀐 경우는 이.. 2022. 5. 3.
🇦🇺 D-63 한국으로 다시 돌아올 때를 위해 워홀 출국 전에 뭐라도 해놓고 가자는 마음에 남은 시간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다. 유튜브도 꾸준히 하고 있고, 다른 영상 콘텐츠들도 제작하고 있기에 영상편집은 앞으로도 할 생각이라 워홀 끝난 후 한국에 돌아와서는 영상편집으로 기본적인 벌이는 해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이 원님 유튜브 영상을 보고 나서 시간 있을 때 다른 기술도 익혀두는 게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확실히 디자인 기술의 필요성을 매 순간 느끼는 중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기술의 중요성을 매 순간 깨닫고 있다. 지금도 현역인 엄마를 보며 기술이란 걸 하나 익혀두면 적어도 먹고 살 순 있겠구나. 그래서 디자인 툴을 배우고 디자인을 쓸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 우리나라의 수많은 미대생들 틈에 껴서 디자이너들의 선택.. 2022. 4. 28.
🇦🇺 D-83 내일 채움 공제 3년의 끝 이제 하나하나 끝을 맞이하고 있다. 퇴사하고 싶은 마음을 수십수백 번 꾸역꾸역 눌러 3년 동안 잘 참아냈다. 분명 나는 입사함과 동시에 3년 뒤 퇴사할 거라고 디데이도 맞춰두고 워킹홀리데이도 갈 거라 했는데 그 당시 사람들은 내가 하는 말을 그냥 여느 직장인의 푸념처럼 흘려들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면서 다니다 보면 생각처럼 퇴사가 쉽지 않을 거라며 흘려 말하곤 했다. 솔직히 무엇 때문에 내 말을 믿지 않았던 건지 여전히 알 수 없다. 퇴사는 내 선택이고 그 선택을 책임지는 것도 나 자신이다. 결국 3년 전부터 앵무새처럼 꾸준히 말해왔던 대로 난 곧 퇴사를 앞두고 있고, 워킹홀리데이를 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퇴사 날이 정해져있다는 사실이 나 자신에겐 큰 동기부여가 되어주었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 2022. 4. 27.
영화 :: '택시운전사' 후기 ​ 지목해야 살아남는 세상이다. 곧 터져버릴 듯한 광기 어린 시선으로부터 벗어나는 것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사실과는 별개로 그저 말 한마디로 타인을 고립시킬 수 있다는 것이 무기력에 잠기도록 내버려 둔다. 아니, 어쩌면 지금도 그 연장선 위를 위태롭게 견뎌내고 있을지도 모르지. ​ 당신은 삶에 감사하는가. 어쩌면 당신이 감사하는 그 삶은 누군가의 피로 쓰였을지도 모른다. 그 피가 굳어 짙어졌다는 이유만으로 변색을 탓하고 있는 그들에게 환멸 느낀다. 일제로부터 자유를 되찾기 위해 수없이 투쟁했던 지난날의 희생이 무색해질 뿐이다. 쓸어내고 남은 찌꺼기들이 남아 또다시 역사의 자유를 앗아가는구나. 배운 것이 그뿐이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까. ​ 그렇게 이름도 .. 2022. 4.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