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440 유럽 2-1. 스위스 인터라켄 Switzerland Interlaken🇨🇭 여전히 시차에 적응하지 못해 어떻게 잠들었는지도 모를 만큼 피곤했던 지난밤이었다. 다른 일행들은 한 방에 모여 밤새 술 마시며 수다를 떨고선 그것도 모자라 재즈 바에도 다녀왔다고 한다던데, 시차 적응으로 고생하고 있는 나로선 그저 그들이 대단해 보일 뿐이었다. 숙소에서 짐을 챙겨 들고 선 룸메들과 방을 나와 조식을 먹었다. 오늘 조식에 나온 빵도 역시나 맛있었기에, 내일 이 빵을 먹을 수 없다는 게 아쉽게 느껴졌다. 여행자로서 파리를 충분히 즐겼냐에 대한 질문에는 대답할 수 없을 것 같다. 아직 가보지 않은 곳이 많기도 하고, 시차 적응 하느라 놓쳤던 부분 또한 많으니 말이다. 여행하는 동안 함께했던 일행들이 파리를 유난히 그리워하는 것을 보면, 아마 나는 이들보다 파리를 충분히 즐기지 못한 게 아닐.. 2021. 6. 18. 영화 :: '해피투게더(春光乍洩 , Happy Together)' 후기 행복하지 않아서 나온 건데 답을 못 찾고 돌아가면 나온 의미가 없잖아. 편견이라는 선을 그어놓고, 바깥으로 밀려난 이들이 도망치듯 도착한 곳. 편견을 피해 도착한 곳에도 또 다른 편견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서로를 아무리 떨쳐내려 해도 그들은 꽤나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그 몇 가지의 교집합이 그들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끔 했다. 행복하지 않았다. 행복하려고 뛰쳐나온 세상 밖인데도 여전히 말이다. 행복이란 것이 존재하긴 할까. 어쩌면 행복이란 건 누군가가 퍼트린 신기루 같은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그게 인생이었다. 낭만과 빛나는 무언가를 찾아 헤매다가도, 조그마한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오랫동안 일어날 수 없던, 그것이 인생이었다. 담배연기 자욱한 방에서 그 연기에 동화되어 무뎌진 후각처.. 2021. 6. 17. 무관심이 따뜻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인생은 원하는 대로 흘러가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가끔은 원하는 대로 흘러가주길 바라보기도 한다. 나만의 욕심일까 싶다가도 나만 그런 게 아닌듯해 아무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뱉어본다. 그러다가 또 이런 내 모습에 부끄러워 시선을 하늘 구름 뒤 저편으로 던져버린다. 내가 운이 없는 걸까. 남들은 너무나 쉽게도 해나가는 것처럼 비치는 것들이 나에겐 왜 이리 무겁게만 느껴지는 건지. 이렇게나 매번 걸려 넘어지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 매 순간 조그마한 돌멩이에도 걸려 넘어지고 있다. 그래서 이미 나의 팔다리는 상처로 채워져있는걸. 그렇다고 해서 또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아무것도 안한 채로 움츠려있을 수만은 없었다. 야속하게도 시간은 끊임없이 흐르고 있었고, 나는 그 시간을 붙잡을 수.. 2021. 6. 15. 누구를 위한 생명 연장인가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리고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맞춰 과학기술 또한 발전해 나가고 있다. 현재의 인류는 이전까지의 세대들보다 지구에서 오래 살아남게 될 것이다. 물론 환경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긴 하지만, 그것을 별개로 한다면 말이다. 인간의 수면연장이 좋은 것일까? 이에 대한 질문을 하면 대부분은 좋다는 쪽으로 답변을 한다. 하지만 이것이 온전한 본인의 생각에서 도출해낸 결과인지, 아니면 사회적으로 주입되어버린 답변인지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인생의 절대적인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이, 노동을 할 수 있는 혹은 해야 하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이 과연 좋은 일일까. 전 세계적으로 출산율은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존재하는 체제들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재 혹은 현재보다 더 많은 인간이 필.. 2021. 6. 14. 영화 :: '싸이코(Psycho)' 후기 범죄를 잡기위해 따라간 범죄현장엔 또다른 범죄가 기다리고 있었다. 마중물같았던 작은 두려움은 더 큰 두려움이 기다리는 곳으로 이끌었다. 모순적이게도 벗어나려할수록 예상할수있는 것은 점점 사라졌다. 사람의 감정은 아름다운가. 이에 대한 질문에 우리는 우선적으로 우리의 삶은 그리 아름답지않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어 그러한 삶을 살아가고있는 우리의 감정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생각에 도달하게 될테고. 사실 그 감정을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그렇지않다는 것을 대부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역사라는 것이 승자의 시선으로 적어내려간 기록이듯, 이와 마찬가지로 감정이란 것을 기록하는 주체가 인간이기에 스스로의 민낯을 미화시키려 하고있을것이다. 아련한줄로만 알았던 그리움이란 감정이, 정도를 넘어가.. 2021. 6. 10. 그들의 미련 오래전부터 기성세대들은 새로운 세대들에 대한 반감을 지녔고, 또 그것을 꾸준히 표출해왔다. 그리고 그 세대들이 나이가 들어 기성세대로 자리 잡는다. 다시 말해 어느 시대나 기성세대는 피해자였음과 동시에 가해자라는 것이다. 물론 새로운 세대 또한 기성세대에 대하여 반감을 가지고 표출하긴 하지만 그러한 감정의 근본이 같으면서도 다르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새로운 세대들이 기성세대에게 반감을 품는 것은 기성세대들이 자신들이 여태껏 해왔던 방식에 대한 강요 때문이다. 새로운 세대들은 이미 변화되었고, 변화되고 있는 환경을 직접적으로 경험하고 있음에도 기성세대들이 강요하는 철 지난 방식을 수행해야 하는 데에서 오는 괴리감이 이 세대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다. 혹은 아직 무기력에 잠식당하지 않은 이들은 이러한 부.. 2021. 6. 8. 고마운 마음이어서 부담스럽지 않았다 내가 당신에게 건넬 수 있는 마음은 뭘까. 그리고 그 마음이란 게 무슨 색이었고, 지금은 무슨 색을 띠고 있을까. 이왕이면 따뜻한 색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내가 건네는 마음을 통해 너도 따뜻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겠지. 경쾌하게 들려오는 피아노 건반의 눌림 소리는 내 발걸음보다 더 가벼운듯했다. 그러다 가끔은 경쟁하듯 손가락보다 무거운 몸을 공중에 빠트리기 위해 발에 힘을 주고 뜀박질을 한다. 신기하다. 리듬이란 게 경쾌하기도 때론 잔잔하기도 할 수 있다는 것이 말이다. 내어놓고 싶은 분위기를 맘껏 표현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내가 바라는 마음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떠한가, 이게 네가 나에게 건네려던 마음이 맞는지, 이 마음의 주인이 내가 맞는지, 궁금한 마음을 지울.. 2021. 6. 7. 유럽 1-10. 프랑스 파리 France Paris🇫🇷 에펠탑을 배경으로 놓인 와인, 과일 그리고 감자튀김의 사진을 보고서,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에펠탑으로 정해졌다. 아직 도착하지도 않았음에도 이미 설레고 있는 마음을 굳이 진정시키고 싶진 않았다. 열차를 타고 에펠탑 근처에 다다랐고, 역에서 나와 센 강을 따라 걸었다. 산책로 같은 이 길의 끝으로 회전목마가 보이는 걸 보니, 이 곳의 밤거리는 아름다운 야경에 둘러싸여 있겠구나 싶었다. 회전목마를 기점으로 오른쪽으로 향했다. 탁 트인 하늘 아래로 펼쳐진 푸른 잔디밭 위로 사람들이 북적이는 걸 보고 내 마음도 함께 몽글몽글해졌다. 눈앞에 놓여있는 에펠탑은 그야말로 거대했다. 바토무슈 위에서 본 에펠탑이 이렇게 컸었나 싶었지만, 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넓은 잔디밭에서 일행들을 찾아야한다니.. 2021. 6. 4. 영화 :: '현기증(Vertigo)' 후기 우연의 연속이었다. 일을 할 수 없게 되었고, 그로 인해 누군가의 아내를 미행하는 일을 맡게 되었고, 우연히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우연의 연속이었나. 사실 우연을 가장한 필연일지도 모른다. 당신이 일을 할 수 없게 된 것도, 부탁을 받아 누군가를 따라가게 된 것도, 그러다가 사랑에 빠졌던 것까지. 결국 그들은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살인자의 연극에 동참했다. 목적을 이룬 살인자는 사라졌지만 그에 대한 분노는 사라지지 않았고, 그 분노는 결국 고용되었던 여자를 향했다. 남자는 자신의 분노를 여자에게 표출함으로써 자신을 고용한 지인에게 체면을 지켰고, 자신의 분노 또한 마음껏 표출했다. 결국 남자는 잃은 것이 없었다. 확실한 것은 분노의 대상 선정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 2021. 6. 3. 영화 :: '레베카(Rebecca)' 후기 보여지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다고 믿어왔던 것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다. 어제의 진실은 오늘의 거짓이 될 수도 있다. 흐르고 또 흘러버리는 바다처럼, 그렇게 거짓은 사실속에 묻혀 흘러갈 수 있는게 인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모두가 피해자였다. 레베카라는 환영에 싸여 고통받았던 여자, 또 그 환영을 그리워하는 여자, 그리고 사회적 제약 속에서 최대한의 자유를 얻었지만, 인간으로서의 자유를 내려놓아야만 했던 여자. 결국 가문의 명예를 강요했던, 꿈 없는 좋은 아내가 되길 강요했던, 그리고 전부인의 환상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그들은, 모두 사회가 만들어낸 희생자였다. 표면적으로 비극의 원흉은 레베카를 가리키고 있지만, 사실 이 모든 일의 근원은 각.. 2021. 6. 1. 2021. 05. 월간 글노트 밖에 비가 온다. 정확히는 오다가 멎었다가를 반복하고 있다. 빗방울에 온기를 빼앗긴 공기가 오늘따라 유난히 차갑게 다가오고 있다. 반팔을 입었다가도 차가운 공기에 놀라 다시 외투를 꺼내 입는다. 이번 달은 유난히 비가 오래도록 왔다. 장마라고 하기엔 이른 시기라 이걸 어떻게 불러야 할지 여전히 모호했다. 우중충한 색을 띤 구름은 오늘도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사회적 제약이 점점 늘어가면서 사람들은 지난날을 추억하기도, 혹은 자신보다 더 좋지 않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보며 위안을 삼기도 한다. 타인의 고통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이면에 있을 가식적인 모습이 속을 메슥거리게 한다. 사실 남들보다 덜 힘들다고 안 힘든 게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렇게까.. 2021. 5. 31. 유럽 1-9. 프랑스 파리 France Paris🇫🇷 고즈넉했던 길을 지나 도착한 베르사유 궁전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 입구를 지나 바라본 베르사유 궁전은 그 규모가 어마무시해서 사방으로 우릴 둘러싸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규모가 있는 여느 대학교 건물이라 해도 믿을 만큼 그 규모는 엄청났다. 그 웅장함에 압도되다가도, 이것도 결국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쌓인 결과물이라 생각하니 마냥 감탄만 나오진 않았다. 입구에서 매표소까지 걸어가는 데에 십분 정도가 걸렸다. 매표소에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이 만들어낸 줄 두개가 눈에 띄었다. 둘다 베르사유궁전으로 들어가는 매표소였으며, 신기하게도 양쪽의 줄 길이가 달랐다. 한쪽이 짧아지면 반대쪽에 있는 사람들이 이쪽으로 올법도한데 그렇지않고 자신이 서있는 줄이 줄어들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던것이다. 우리와 함께하고있던.. 2021. 5. 28. 이전 1 ··· 15 16 17 18 19 20 21 ··· 3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