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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노트135

2020. 12. 월간 글노트 영원한 비밀은 없다. 아니, 영원한 것은 없다는게 더 맞는말인지도 모른다. 모든 것에는, 마트에서 파는 요플레처럼, 유통기한이 낙인처럼 찍혀나오는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영원을 갈망하곤한다. 존재하지 않는것을 원하는 것, 분명 헛된망상임을 알고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는 영원을 약속한다. 인간은 무엇때문에 영원함을 꾸준하게도 외치는걸까. ​ 늘 옆에있을것만같았던 존재가 하나둘 떠나간다. 분명 우리는 오랜기간동안 살아보지않았으면서도, 그 중 얼마되지않는 경험을 꺼내들어 현재에 그럴듯하게 끼워맞춰본다. 영원할것이라 예상한다. 아니, 어쩌면 영원하기를 바라는 방법 중 하나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시나 예상했듯, 영원하자는 약속은 보기좋게 빗나간다. 그러고보면 애초에 인생이 내가 예상한 방향으로 향한.. 2021. 1. 5.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하는데 즐길 수 있는 걸 피했었다 공기가 갑작스레 차가워졌다. 얼굴을 덮어둔 마스크 틈으로 입김이 새 나올 정도니. 너의 올해는 어땠는지, 내가 궁금해해도 되는 걸까. 우리의 올해는 고드름처럼 아래로, 더 아래로 향해 그 끄트머리를 악착같이 붙잡고 있는듯해서 서로의 안부를 물으려 입을 떼는 게 참 어렵네. ​ 나의 이천이십년은 계획대로 된 것이 거의 없는듯해.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는 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는 것이, 당연하면서도 꽤나 어색하네. 물론 계획이란 게 바뀔 수 있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송두리째 뒤집힐 줄은 생각도 못 했거든. 그래도 우리, 그 와중에도 중심 잃지 않고 잘 버텨냈다. 기특해. ​ 삶이 아무리 내가 바라는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지만, 간혹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있더라.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던데, 글쎄... 2020. 12. 31.
한정(限定)의 비애 물리학이 적용된 부분에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하지만 물리만큼 세상에 쉽게 적용되는 것이 또 있을까 싶기도 하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물리학의 몇 가지 법칙만 보아도 인간과 인간 사이에 충분히 적용할 수 있을법한 법칙들이 대부분이다. 인간은 인간임과 동시에 지구의 입장에서 볼 때는 하나의 물체라는 관점으로 본다면, 오래전 세상의 지식을 대표했던 사람들이 어떤 이유로 여러 가지 학문에서 동시에 작용할 수 있었는지 어렴풋이 짐작해 볼 수 있다.​사실 물리라는 것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학문이 아니라, 이미 우리 주변에 만연히 널려있는 자연 현상들을 단지 인간이 인간에게 설명하기 위한 학문일 뿐이다. 다시 말해, 자연의 언어를 인간의 언어로 바꾸는, 일종의 통역학으로 볼 수.. 2020. 12. 29.
상대적 박탈감에 대하여 최근에 어느 유튜버의 고민상담 영상을 보고 물질적인 상대적 박탈감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 사회는 오래전부터 우리에게 기준을 수치화하여 판단하는 방법을 학습시켰다. 그렇기에 우리는 자연스레 수치화할수있는것을 찾아 서열을 매기며, 더나아가 그러한 몇가지 한정적인 요소로 서로의 인생을 평가하게 되었다. 결국 수치화 된 몇몇 기준으로 인해,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것이 자연스러워졌다. ​ 물질적인것은 실제 존재하기도하지만, 한편으로는 눈에 보이지않는 허상이기도 하다. 사회적 약속으로 인해 금전적인 의미를 지니게된 물질은 인간에게 일종의 자극제가 되어준다. 하지만 금전적인 요소의 절대적인 수치를 일정하게 얻어냄으로써 꾸준한 기쁨을 누리기 어렵다. 지금보다 더, 주변보다 더, 많.. 2020. 12. 21.
귀찮음의 대가(代價) 나이를 한 살씩 먹어감에 따라 어느 집단에서 연장자가 되는 횟수가 어쩔 수 없이 늘어나게 된다. 아직 어른이 될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시간은 나를 어른이라는 위치로 등 떠밀어버렸다. 그러다 보니 동등한 위치에서 무언가를 함께 만들어가야 할 많은 곳에서, 나이만으로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더 얻어지는 느낌이 든다.​ 누구나 사람들에게 자애로운 어른으로 비치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러한 존중을 받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것을 느껴야만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나이와 체력은 반비례한다. 체력이 줄어들수록 귀찮게 느껴지는 일들이 하나둘 늘어나게 된다. 새로운 일은 물론이고 기존에 해냈던 일들조차 예외는 아닌 것이다.​ 귀찮음은 나이 듦에 있어서 가장 큰 적이다.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 2020. 12. 18.
트라우마라는 것 트라우마: 과거 경험했던 위기나 공포와 비슷한 일이 발생했을 때, 당시의 감정을 다시 느끼면서 심리적 불안을 겪는 증상 트라우마라는 주제는 언젠가 다뤄보고 싶은 주제 중 하나였다. 어떠한 이유가 명확히 있기에 트라우마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기보단, 인간을 입체적으로 보기 위한 시도 중 하나였다. 우리는 크고 작은 트라우마를 하나 이상 마음속에 품고 살아간다. 그 크기는 제각각이며, 영향을 주긴 하나 일상생활이 가능한 트라우마 그리고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쳐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트라우마로 크게 두부류로 나뉜다. 트라우마는 위기와 공포에 학습된 경험이다. 순간적으로 강렬하게 학습된 경험일 수도 있고, 오랜 기간 걸쳐 스며들 듯 학습된 경험일 수도 있다. 그 순간 혹은 환경에서 벗어난다고 해서 이전의 일.. 2020. 12. 15.
노동, 그리고 보이지 않는 손 노동이란 것이 우리 삶에 꼭 필요하면서도 대부분의 노동이 하찮게 여겨지는 것을 보면, 사회적으로 노동이란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하나씩 따져본다면 사회적으로 불필요한 노동으로 치부되는 노동은 의외로 드물다. 하지만 노동에는 급이 나누어져 있으며, 그에 대한 결과는 크게 금전적 대가로 나뉜다. 노동의 숙련도에 따라 금전적 대가가 달라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동의를 하지만, 비숙련 노동에 대한 사회적 처우는 과연 이대로 괜찮은 것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 코로나로 인해 AI 시대가 좀 더 빠르게 도래하게 되면서 비숙련 노동자들이 기계로 대체되고 있다. 자본주의의 원리에 따라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한 방향으로 선택하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사회적인 측면으로 보았을 때,.. 2020. 12. 8.
2020. 11. 월간 글노트 ​ 쌀쌀해짐과 동시에 공허한 감정이 들어설 때, 무언가 두고 온 것 같은 기분에서 벗어날 수 없을 때. 아, 가을이 왔나 보다. 옷장에 있는 옷들을 뒤적거리기 시작한다. 얇고 소매가 짧은 옷들을 만지작거리며 날씨에 맞춰 옷장의 옷을 바꿀 때가, 벌써 돌아왔구나. ​ 옷장 문을 열었다. 올해 봄을 맞이하면서 넣었던 그때 그 설렘도 함께 들어있나 두리번거리다가 좋아하는 옷을 꺼내들었다. 잠옷 위에 옷을 걸쳐 입고 주머니에 양손을 넣고 거울 앞에 섰다. 봄이 다가올 때 설레하던 내 모습을 그대로 꺼내온 듯, 그렇게 그때의 내가 눈앞에 서있었다. 그날의 기억을 그렇게나 찾았었는데, 허무하게도 그날의 코트 안주머니에 있었다. 눈을 부릅뜨고 찾을 땐 지독하게 숨어댔는데 말이야. 시간에 묻혀 희미해질 때 즈음 나타난.. 2020. 12. 1.
기억 그리고 변화 ​ 나는 황선생님이 언젠가, 유럽이 이룩한 과학과 기술을 '보편'으로 규정하는 유럽중심주의를 '강자의 울타리'라고 말할 때 논지가 명쾌해서 받아 적기까지 했다. 제국주의 유럽은 주변부를 자기 시장 속으로 흡수하면서 상대방에게 '세계적 보편성 안으로 들어오라'고 한다. 약자가 그것을 거부하면 소통하지 못하기 때문에 '존재'를 상실하고, 받아들이면 '정체성'을 상실하는 자가당착에 빠진다. 세계적 자본주의 시스템의 위계질서에서 낮은 단계에 있는 나라들은 그 보편성이라는 울타리에 참여함으로써 소외를 극복하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보편주의란 사실상 자본주의적 세계질서 속에서 기득권과 불평등을 유지하려는 측의 슬로건에 불과할 뿐이다. - 김형수 '미륵의 눈빛이 떨어진 자리' 우리는 타국을 침범하지않고 우리의 속도로 고.. 2020. 11. 30.
숨을 쉴 수가 없어 " I can't breathe " 숨 쉬는 것은 인간이 누려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것인데도 불구하고 숨 쉬는 것조차 내 맘대로 할 수 없다면 우리는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걸까. 평등을 지향하는 사회라지만 여전히 차별은 살아 숨 쉬고 있다. ​ 인간은 평등하다, 다시 말해 인간은 서로가 서로를 차별할 수 없다. ​ '백인' 그리고 '남성'이 무엇이길래, 이러한 요소들을 내세워 타인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려는걸까. 사실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인간의 대부분은 타인에게 인정받길 원한다. 다시 말해 타인과 자신의 다름이 있고, 그것을 드러낼 수 있길 원한다. 어쩌면 이것은 인간의 본능이며, 이러한 본능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사용해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도 있다. ​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력을 통.. 2020. 11. 27.
팬데믹이 끄집어 낸 민낯 ​ "남자라면 마스크를 쓸 수 없지!" - 리베카 솔닛(Rebecca Solnit) '팬데믹과 마스크 쓰지 않는 남자들' 우리가 은연중 사회로부터 강요받았던 백인, 그리고 남성의 권력. 그들은 다른 부류와 다를것이라는 편견이 이번의 팬데믹으로 무너졌다. 문명적으로 발전한것처럼 비춰졌던 유럽은 자신의 자유를 지킨다는 이유로 타인의 삶을 자유로이 침범했다. ​ 남성이란 요소가 단지 성별로만 작용한것같지만, 사회적으로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별에 고정적 의미를 부여해 사회적 편견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편견은 분명 오래전부터 작용해왔지만 수면위에 끄집어내놓은 것은 팬데믹이었다. ​ 팬데믹은 사회가 덮어온 수많은 문제들을 단번에 수면위로 들어올려버렸다. 외면하며 개인에게 책임을 지워냈던 사회의 문제처리방식에 이제야 .. 2020. 11. 20.
좋아하는 영화, 그리고 장르 최근에 영화 ‘테넷’을 봤다. 얼마만의 영화관인지, 영화가 시작하기전까지 꽤 설렜더랬다. 설렘도 잠시, 오랜만에 영화의 울림에 잠겨 방해받지않고 영화를 봤다. 놀란감독은 역시나 놀란감독이었으며, 더 이상 발전할곳이 없는줄알았지만 매번 발전하는 그의 영화에 감탄을 했다. 아마 누군가가 좋아하는 영화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당분간은 테넷이라고 답하게되지않을까싶다. ​ 나는 아무래도 현실에 있을법한 이야기를 선호하는 편인가보다. 물론 현실적이든 비현실적이든 모든 이야기는 현실에 뿌리를 두고있다지만, 막연한 배경과 인물이 등장하는 이야기에서는 어느시점에서 현실과 이야기가 분리되는 느낌이 들곤한다. 하나의 인생을 살아가면서 세상의 모든 것을 경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매순간 이부분이 아쉬움으로 남았고, 다양한 경험.. 2020. 11.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