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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노트135

그 많던 가해자는 어디로 갔나 꽤 오래전부터 뉴스에서 '일가족 동반자살'이라는 단어를 심심찮게 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단어는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을수록 더욱더 빈번하게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사회의 발전 속도가 줄어들면서 계층 간 이동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삶에 좌절감을 느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이유로 누군가를 죽인다는 것이 용납되진 않는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선 여전히 '동반자살'이란 이름의 살인사건이 꾸준히 일어나고 있다. ​ 이미 죽어버린 피해자가 죽음을 원했던 것인지, 아니면 다른 혈연관계로부터 죽음을 강요받았는지, 우리는 여전히 알 수 없다. 다시 말해 자발적으로 자살을 시도 한 것인지, 가족에게 살해를 당한 후 가해자 스스로 자살한 것인지 명확한 피.. 2021. 8. 9.
한여름 밤의 크리스마스이브 크리스마스가 생각조차 나지 않는 여름이다. 더위 속에 파묻혀 겨울의 알싸한 추위를 잊은지 오래다. 에어컨을 통해 나오는 찬바람은 얼마 못 가 힘없이 내려앉으니 말이다. 겨울엔 그렇게나 추위를 피하기 위해 옷깃을 여미고 또 여몄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제는 찬 공기를 그리워하고 있으니. ​ 퇴근 후 운동을 하고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더위 속을 헤쳐 꾸역꾸역 집까지 도착했다. 세상에 있던 짐들을 내려놓듯 어깨에 올려져 있던 가방을 내려놓고선 뭐에 홀린 것처럼 샤워를 한다. 에어컨을 틀어두고 물기가 있는 머리를 툭툭 치며 맥주 한 캔을 땄다. 탁-. 청량한 소리와 함께 눌려있던 것들이 방안으로 가득 퍼져나갔다. 향긋한 과일향이 코끝을 스쳤고, 지금의 분위기를 만끽하고 싶어 불을 끄고 무드 등을 켰다. ​ 노란.. 2021. 8. 5.
방도 어수선한데 무슨 생각 정리를 해 여름휴가 직전, 유난히 고단하게 느껴졌던 한주였다. 감성이란 것은 뜨거운 볕 아래를 걸어가면서 이미 메말라버릴 대로 메말라버렸다. 외근을 마치고 잠깐 들른 카페의 커피는 유난히 씁쓸했다. 떠나기 전부터 바닥나버린 감정에, 돌아오는 여름 여행을 즐길 수나 있을지 의문이었다. ​ 생각 정리가 절실해 보였다. 사실 그만한 마음의 여유가 있긴 할까 의문이긴 하지만, 그래도 무언가 정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에 대해서 부정할 수는 없는듯했다. 차분히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음악을 틀고 책상에 앉았지만 이리저리 쌓여있던 잡동사니들이 나를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나는 이내 눈을 질끈 감고 그곳을 벗어났다. ​ 그렇게 떠난 곳이 제주도. 분명 이러한 상황이 오기 전엔 거들떠도 보지 않았던 여행지였다. 이미 오를 대로 올라버.. 2021. 8. 2.
환경을 위한다는 핑계 환경문제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어오다가 코로나를 기점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도, 또 그만큼 환경 문제도 확연히 드러날 정도로 상승하였다. 그렇기에 현재 환경문제보단 개발에 신경 쓰고 있는듯한 개발도상국들을 질타하는 시선 또한 강렬해지고 있다. 물론 이들이 현재 환경문제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일어나고 있는 환경문제를 모두 그들의 탓으로 돌리는 것에는 오류가 존재한다. ​ 인류는 꽤 오랫동안 문명의 발전을 위해 힘써왔다. 그렇게 산업화의 시작을 열었던 국가들은 대부분 유럽에 존재했다. 그 당시의 이들은 지금과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환경에 무지했고, 자원이란 자원은 무제한적으로 가져다 자국의 발전, 이익을 위해 사용했다.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 부족하자 다른 나라의 인적, .. 2021. 7. 20.
무더운 날씨도 무뎌지긴 했다 벌써 여름이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대차게 쏟아지던 비도 어느샌가 잦아들기 시작했다. 봄에서 여름으로 옮겨가는 계절 속에서 마주했던 파란 하늘에 설렘을 느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얼마나 지났다고 또 익숙해져 버린 걸까. ​ 자극적인 것들이 이제 더 이상 대수롭게 느껴지지 않을 때 즈음, 딱 그때가 익숙해지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그러고 보면 무더운 날씨도 무뎌지긴 했다. 얼마 후 더위가 한창 질려올 때 즈음 찬바람이 그 지루한 틈으로 비집고 들어오겠지. 이렇게 무언가에 무뎌질 때 즈음 또 다른 새로움이 찾아오겠구나. ​ 새로움이란 게 별거 있나. 그저 낯설게 느껴지는 게 새로운 거지. 여름밤의 공기는, 아니 조금 더 시간이 지난여름의 새벽 공기는, 내가 그 속에 있다는 자체만으로 설레온다. 흔치않.. 2021. 7. 19.
2021. 06. 월간 글노트 언제 지나갔는지도 모를 만큼 빠르게 지나쳐버린 6월이었다. 어느샌가 후덥지근한 공기로 변해버리더니 하루에 한 번씩은 여름이 왔다는 것을 알려주듯 비가 쏟아져댔다. 또 얼마나 변덕스럽던지, 잠시 한눈판 사이에 비 내리는 걸 그만두곤 했다. ​ 변덕스러운 날씨에 지친 건지, 그동안 나도 모르는 사이 이리저리 치여버린 건지. 약속도 많지 않았고, 듣고 있던 수업도 두 번씩이나 쉬어갔던 6월이었지만 왜 이리 빠르게 지나가버린 것처럼 느껴지는지. 가만히 숨죽여 실컷 가라앉아본 6월이었다. 어쩌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6월의 나는 위로받았는지도 모른다. ​ 좁은 공간에 억지로 틈을 내어 할 일을 구겨 넣으면 되는 건 줄 알았다. 그렇게라도 잘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싶었던 건가. 방향을 잃어버린 .. 2021. 7. 12.
노력이 가끔 배신해서 가끔 노력했다 퍽퍽했다. 삶이라는 게 원체 이런 건가 싶기도 하다. 나도 내 인생이 처음이라, 이게 맞는 건지 의문이 드는 순간의 연속이다.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남들보다 무언가를 더 해야 한다며 떠밀려갔던 기억이 여전히 남아있는지, 이제는 내 스스로 나를 등 떠밀고 있었다. 등 떠밀려가지 않으려 노력하던 게 몇 년 전 같은데, 지금은 내가 나를 밀어내고 있는 모양새가 우습기도 하다. ​ 슬슬 더위가 찾아오고 있다. 계절은 어찌나 부지런한지, 잊을만한 때쯤 갑작스러운 더위로 우리를 놀래주곤 한다. 벌써 이렇게 시간이 흘렀구나. 흘러버렸구나. 그 많던 시간은 어디로 간 걸까. 분명 나름대로는 열심히 쌓아갔다고 생각했는데 딱히 손에 잡히는 건 없으니 말이다. 그럼 나는 허무해야 하는 걸까. 남들처럼 허무함을 느끼고, 내.. 2021. 6. 24.
무관심이 따뜻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인생은 원하는 대로 흘러가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가끔은 원하는 대로 흘러가주길 바라보기도 한다. 나만의 욕심일까 싶다가도 나만 그런 게 아닌듯해 아무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뱉어본다. 그러다가 또 이런 내 모습에 부끄러워 시선을 하늘 구름 뒤 저편으로 던져버린다. ​ 내가 운이 없는 걸까. 남들은 너무나 쉽게도 해나가는 것처럼 비치는 것들이 나에겐 왜 이리 무겁게만 느껴지는 건지. 이렇게나 매번 걸려 넘어지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 매 순간 조그마한 돌멩이에도 걸려 넘어지고 있다. 그래서 이미 나의 팔다리는 상처로 채워져있는걸. ​ 그렇다고 해서 또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아무것도 안한 채로 움츠려있을 수만은 없었다. 야속하게도 시간은 끊임없이 흐르고 있었고, 나는 그 시간을 붙잡을 수.. 2021. 6. 15.
누구를 위한 생명 연장인가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리고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맞춰 과학기술 또한 발전해 나가고 있다. 현재의 인류는 이전까지의 세대들보다 지구에서 오래 살아남게 될 것이다. 물론 환경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긴 하지만, 그것을 별개로 한다면 말이다. ​ 인간의 수면연장이 좋은 것일까? 이에 대한 질문을 하면 대부분은 좋다는 쪽으로 답변을 한다. 하지만 이것이 온전한 본인의 생각에서 도출해낸 결과인지, 아니면 사회적으로 주입되어버린 답변인지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 인생의 절대적인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이, 노동을 할 수 있는 혹은 해야 하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이 과연 좋은 일일까. 전 세계적으로 출산율은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존재하는 체제들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재 혹은 현재보다 더 많은 인간이 필.. 2021. 6. 14.
그들의 미련 오래전부터 기성세대들은 새로운 세대들에 대한 반감을 지녔고, 또 그것을 꾸준히 표출해왔다. 그리고 그 세대들이 나이가 들어 기성세대로 자리 잡는다. 다시 말해 어느 시대나 기성세대는 피해자였음과 동시에 가해자라는 것이다. 물론 새로운 세대 또한 기성세대에 대하여 반감을 가지고 표출하긴 하지만 그러한 감정의 근본이 같으면서도 다르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 새로운 세대들이 기성세대에게 반감을 품는 것은 기성세대들이 자신들이 여태껏 해왔던 방식에 대한 강요 때문이다. 새로운 세대들은 이미 변화되었고, 변화되고 있는 환경을 직접적으로 경험하고 있음에도 기성세대들이 강요하는 철 지난 방식을 수행해야 하는 데에서 오는 괴리감이 이 세대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다. 혹은 아직 무기력에 잠식당하지 않은 이들은 이러한 부.. 2021. 6. 8.
고마운 마음이어서 부담스럽지 않았다 내가 당신에게 건넬 수 있는 마음은 뭘까. 그리고 그 마음이란 게 무슨 색이었고, 지금은 무슨 색을 띠고 있을까. ​ 이왕이면 따뜻한 색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내가 건네는 마음을 통해 너도 따뜻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겠지. 경쾌하게 들려오는 피아노 건반의 눌림 소리는 내 발걸음보다 더 가벼운듯했다. 그러다 가끔은 경쟁하듯 손가락보다 무거운 몸을 공중에 빠트리기 위해 발에 힘을 주고 뜀박질을 한다. ​ 신기하다. 리듬이란 게 경쾌하기도 때론 잔잔하기도 할 수 있다는 것이 말이다. 내어놓고 싶은 분위기를 맘껏 표현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내가 바라는 마음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떠한가, 이게 네가 나에게 건네려던 마음이 맞는지, 이 마음의 주인이 내가 맞는지, 궁금한 마음을 지울.. 2021. 6. 7.
2021. 05. 월간 글노트 밖에 비가 온다. 정확히는 오다가 멎었다가를 반복하고 있다. 빗방울에 온기를 빼앗긴 공기가 오늘따라 유난히 차갑게 다가오고 있다. 반팔을 입었다가도 차가운 공기에 놀라 다시 외투를 꺼내 입는다. 이번 달은 유난히 비가 오래도록 왔다. 장마라고 하기엔 이른 시기라 이걸 어떻게 불러야 할지 여전히 모호했다. 우중충한 색을 띤 구름은 오늘도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 사회적 제약이 점점 늘어가면서 사람들은 지난날을 추억하기도, 혹은 자신보다 더 좋지 않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보며 위안을 삼기도 한다. 타인의 고통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이면에 있을 가식적인 모습이 속을 메슥거리게 한다. ​ 사실 남들보다 덜 힘들다고 안 힘든 게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렇게까.. 2021. 5. 31.